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두 번째 심문기일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손 씨가 피고인석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법정에 나와 "염치없지만 대한민국에서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달 6일 손씨의 미국 송환 여부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판 부장판사)는 16일 오전 손씨에 대한 두번 째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을 진행했다.
지난 첫 심문에 불출석했던 손씨는 이날 황토색 수의 차림에 하얀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정 방청석 맨 앞자리에는 손씨의 아버지 등 친인척들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자리를 지켰다.
손씨는 재판부가 이 재판에 대한 소감을 묻자 미리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며 "저의 철없는 잘못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용서받기 어려운 잘못을 해 송구스럽다"며 울먹였다.
이어 "스스로도 너무나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다시 받고 싶다"며 "이렇게 제가 마지막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다르게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손씨를 바라보던 아버지와 가족들도 방청석에서 눈물을 훔쳤다.
재판 후 취재진을 만난 손씨 아버지는 "그 동안 잘 키운 자식이면 미국을 보내라고 할텐데 제가 너무 아들답게 못 키웠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살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한국에서 재판을 받게 해주신다면 평생 속죄하면서 살으라고 얘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동 성 착취 영상 유포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혐의를 갖고 있는 손정우 씨의 아버지 손 모 씨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손 씨의 범죄인 인도심사 두 번째 심문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재판부는 본래 이날 손씨의 미국 송환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검찰과 손씨 측이 제출한 의견서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7월 6일 한 차례 더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범죄인인도법상 법원은 범죄인이 구속된 날로부터 2개월 내 송환 여부를 결정하게 돼있다. 다만 이는 훈시규정이라 재판부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기간을 넘겨 송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손씨 측은 이날 재판에서 인도심사 대상인 자금세탁 혐의 외 다른 범죄로 추가 처벌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이를 막을 보증 없이는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한미간 범죄인인도조약에서 이미 추가 처벌을 금지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미국 법무부에서 보내온 관련 공문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사실상 이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주장을 들은만큼 다음 심문기일에는 바로 결정을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씨의 미국 송환 여부는 다음달 6일 최종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