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역차별' 논란이 뜨겁다.
'역차별' 논란의 핵심은 보안검색요원들 1900여명이 인천공항공사에 직접 고용될 경우, 치열한 채용 경쟁을 뚫고 일반직이 된 기존 정규직들이 도리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논란에서 촉발된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만에 15만 명을 돌파했다. 반차를 낸 정규직 직원들은 공항 내에서 반대 집회를 열어 목소리를 높였다.
CBS노컷뉴스가 채용 인원 감소부터 임금 문제까지, 관련 쟁점들을 각 이해 관계자들과 전문가에게 검증해봤다.
◇ 아무도 몰랐던 1900명 청원경찰 직고용?문제의 시작은 지난 2월 28일 3기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들은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의 고용 계약이 곧 끝나지만 아직 해소할 법적 문제가 남아 있으니 이들을 자회사에 임시 편제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그런데 이후 사측이 당사자인 보안검색요원들은 물론, 현 정규직 노조에까지 아무 고지나 협의 없이 21일 밤 1900명에 대한 '청원경찰' 직고용을 기습 발표했다는 것이다.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사이의 노노 갈등 역시 여기에서 촉발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는 먼저 3기 합의를 준수하고 '청원경찰' 전환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23일 CBS노컷뉴스에 "예전에 인천공항에도 청원경찰이 있었지만 정부에서 관료화, 비효율 문제로 20년 전에 특수경비원으로 다 바뀐 것"이라며 "한국공항공사 역시 청원경찰이 퇴직하면 다시 뽑지 않는 방향으로 숫자를 줄여나가고 있는데 지금에 와서 부활시킨다는 논리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혼란스럽기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도 마찬가지다. 1900명 전원이 정규직 전환돼 고용안정을 보장받길 원했지만 이번 발표로 탈락자가 발생하게 됐다. 2017년 5월 10일 이전 취업자들도 '100% 채용'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1900명 중 1100명 가량을 대표하는 인천공항 항공보안노조 관계자는 "분명 아직 논의할 사항이 더 남아 있었다. 2017년 5월 10일 이후 취업자에 대한 탈락자 구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이전 취업자에 대해서도 마지막에 '적격 심사'를 한다는데 대체 그 기준이 뭔지 알 수 없다. 공개 경쟁이 아니고, 채용 과정(4단계)이 더 단순할 뿐 충분히 탈락자가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의를 빚어 채용이 어려운 사람들이 아닌 전체를 대상으로 심사해 일부를 탈락시키는 게 진정한 의미의 1900명 정규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공사 노조 측은 "보안검색요원 업체의 가족, 지인 고용 등 채용 비리 문제가 보도된 바 있다. 여객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성추행 문제가 있는 요원이 업체에 재취업한 적도 있다. 당연히 정규직 전환에 있어 엄격한 자격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알바하다가 5천만원 연봉 '로또'?"알바(아르바이트)하다가 5천만원 연봉"은 과장된 부분이 상당하다. 애초에 이번에 전환되는 1900명 보안검색요원들은 '별도 직군'에 해당해 일반직들과는 임금 테이블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늘어난 인건비도 지금까지 용역업체에 줬던 사업비를 돌려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인원수에서 일반직들이 밀려 임금 협상 등의 우선권을 빼앗기는 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1900명이라는 숫자는 현재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체 인원을 압도한다. 법적으로는 엄연히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 '우선 교섭단체'가 돼 임금·복지 협상 등에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법이 그렇게 돼 있어 가능한 이야기다. 현 정규직 노조가 이를 우려하는 건 밥그릇 싸움으로 볼 게 아니다"라면서 "알다시피 공사는 사기업과 달리 기획재정부 예산 안에서 인건비를 정한다. 이 한정된 파이 안에서 임금 수준, 복리후생을 동일하게 맞춰달라는 요구가 거세지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기존 정규직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항공보안노조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공사 노조와 어떤 의견 교환이나 마찰은 없었다. 노조 대 노조 관계가 좋다면 당연히 분리해서 임금·복리후생 등 논의가 가능하지만 아닐 경우는 또 다를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일반직과 청원경찰 간의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볼 때, 인원수만으로 이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노동계 관계자는 "직접 고용 이전에 '일반직 전환 불가' 등을 내규로 설계할 여지가 남아 있다. 또 일반직과 달리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직무 이해 대표성이 없기 때문에 정규직 전체의 임금이나 복리후생을 결정하면 임금결정권 등을 위배할 수 있어 그런 권한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 1900명 정규직 전환에 취업문 좁아진다?취준생(취업준비생)들의 반발도 극심했다. 공사 비정규직의 본사 정규직 전환이 가뜩이나 힘든 취준생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한다는 비판이다. 그 전환 과정 역시 일부는 공개 채용을 통하지 않아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주를 이룬다.
기존 정규직인 공사 노조 또한 새로운 인력이 대거 유입되면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사 노조 관계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처럼 화학적으로 완전히 조직이 합쳐지는데도 많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본다. 공무원이나 공사나 일단 조직이 비대화하면 슬림화를 추구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면 직군이 달라도 영향이 생긴다. 사람을 자를 수는 없으니 채용을 덜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한쪽에서는 이런 우려나 반발이 '프레임짜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대부분 일반직에 지원하는 공사 '취준생'들과 이들 직군이 겹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항공보안노조 관계자는 "애초에 일반직에 많이 지원하는 취준생들과 우리가 겹칠 일이 없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프레임이고, 오히려 새로운 직군이 늘어나면 채용이 늘어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사 측도 정규직화 때문에 신규 채용 인원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