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마이애미 히트의 뱀 아데바요(사진 왼쪽)와 타일러 히로 (사진=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마이애미 히트에는 농구 명문 프로그램 켄터키 대학 출신이 많다.
1995년부터 구단 사장으로 활동한 팻 라일리(그해부터 2003년까지 감독직도 병행했다)가 대표적인 켄터키대 출신이다. 올스타 센터 뱀 아데바요와 신인 슈터 타일러 히로 역시 같은 대학을 나왔다.
만 77세의 베테랑 스카우트 랜디 엠브리도 켄터키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대학 시절 2년동안 팻 라일리와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
엠브리는 마이애미의 2017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4순위 지명권 행사를 앞두고 아데바요를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1라운드 전체 13순위 지명권으로 히로를 지명하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힘을 썼다.
히로를 추천한 인물은 또 있다. 아데바요 역시 히로의 경기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그를 뽑았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학연이 작용했을까? 아마도 구단 수뇌부의 출신 대학 선수에게 조금 더 눈길이 갔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학연이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에릭 스포엘스트라 마이애미 감독은 지난 4월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켄터키 대학 출신 선수들을 좋아한다"며 켄터키대가 NBA 정상급 선수를 배출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켄터키대는 이른바 '원-앤드-던(one and done)'으로 유명하다.
드래프트 나이 제한으로 고교 졸업 선수의 NBA 직행이 가로막히자 켄터키대는 초고교급 선수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대학에서 1년만 뛰게 하고 무조건 프로에 보내주겠다는 약속에 유망주들이 켄터키대로 대거 몰려들었다.
미국 대학농구에서 '원-앤드-던'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켄터키대의 존 칼리파리 감독만큼 적극적으로 나선 지도자는 없었다.
마이애미와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LA 레이커스의 앤서니 데이비스를 비롯해 존 월, 드마커스 커즌스, 칼-앤서니 타운스, 줄리어스 랜들, 자말 머레이, 디애런 폭스 등 수많은 정상급 선수들이 켄터키대의 시스템을 거쳤다.
마이애미에서 뛰고 있는 아데바요와 히로 역시 마찬가지다.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이같은 환경에 대해 "켄터키대에서는 누구도 평균 25점을 기록하지 못한다. 열심히 수비를 해야 하고 각자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한다. NBA 수준의 동료들과 함께 뛰면서 욕심을 내지 않고 팀 플레이를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가 기록에 욕심을 낼 수 없는 환경이다. 유망주가 NBA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켄터키대만큼 적합한 곳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에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개인 능력을 향상시키고 팀 플레이를 배운 뒤 NBA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더 많다. 그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NBA급 재능을 갖춘 선수들에게는 켄터키대에서의 1년이면 충분하다는 게 스포엘스트라 감독의 생각이다.
마이애미가 아데바요와 히로를 주목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단지 켄터키대 출신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보여준 팀 플레이어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대학에서는 자신의 드래프트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볼을 만지는 횟수와 개인 기록에 민감한 선수들이 많다"며 "하지만 아데바요와 히로는 욕심을 버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집중했다.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아데바요는 프로 입단 세 번째 시즌 만에 올스타로 이름을 올렸다. 모든 부문에서 기량이 크게 발전했다. 대학에서 수비와 리바운드가 특히 주목받았다면 지금은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능력도 함께 발휘하고 있다.
히로는 올해 플레이오프 20경기에서 평균 16.4득점, 5.2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신인답지 않은 강심장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아데바요와 히로는 각각 드래프트 최상위 지명 후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에 못지 않은 활약으로 마이애미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이른바 '켄터키 커넥션(kentucky connection)'으로 불리는 분위기가 마이애미 내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학연이 전부가 아니다. 냉철하고 정확한 스카우트가 지금의 마이애미를 만들었다.
정상급 슈터 던컨 로빈슨과 신인 포인트가드 켄드릭 넌 역시 마이애미가 발굴한 주축 선수들이다. 두 선수 모두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마이애미 스카우트 팀은 그들을 놓치지 않았다.
마이애미에게 한동안 2라운드 지명권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61번째 선수를 찾아라(드래프트에서는 총 60명이 지명된다)'는 목표 아래 부지런히 움직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