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의 간판스타 박지수. 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의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는 2일 오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신한은행과 4강 플레이오프 2쿼터 종료 2분16초를 남기고 우측 45도 외곽에서 패스를 받았다.
허예은이 돌파 이후 킥-아웃 패스를 했고 박지수가 공을 잡은 순간 공격 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지수는 고민없이 3점슛을 던졌다.
박지수의 공격 옵션에 3점슛은 없다. 정규리그 통산 143경기에서 36개를 시도해 6개 성공에 그쳤다. 적중률은 16.7%. 시간에 쫓겨 던진 슛이 적잖았다.
우승을 위해 집중력을 끌어올린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박지수의 손을 떠난 공은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박지수는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KB스타즈 벤치도 난리가 났다. 안덕수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골밑의 지배자가 외곽에서도 힘을 낸 것이다. 신한은행으로서는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KB스타즈는 신한은행을 71대60으로 누르고 3전2선승제로 펼쳐진 4강 플레이오프를 2경기 만에 끝내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박지수의 존재감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은 경기 전 "박지수의 신장이 워낙 크니까 방법이 없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신한은행은 높이에 발로 맞섰다. 1차전에서도 전방위 함정수비로 KB스타즈를 당황케 했다. 하지만 체력 소모가 큰 수비를 40분 내내 하기는 어려웠다.
KB스타즈가 37대28로 앞선 가운데 신한은행은 전반 내내 아꼈던 풀코트 프레스 수비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KB스타즈는 상대 수비를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프레스를 뚫는 과정에서 실책 3개가 나왔지만 경기 흐름을 넘겨주지는 않았다.
이때도 박지수의 역할이 컸다. 박지수는 공격 코트로 미리 넘어가지 않았다. 수비 코트에 남아 상대 압박 수비를 뚫는 가드들을 도왔다.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직접 드리블 전진을 하기도 했다.
5대5 세트오펜스에서는 천하무적이었다.
박지수는 21득점 24리바운드 4어시스트 2블록슛을 올리며 활약했다. 무려 12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았다. 이는 역대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신기록이다.
박지수의 리바운드 개수는 신한은행의 팀 수비리바운드 개수(28)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박지수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수비의 완성은 리바운드다. 신한은행은 상대 야투를 빗나가게 하고도 박지수의 벽에 막혀 수비리바운드를 쉽게 차지하지 못했다. KB스타즈는 자연스럽게 상대보다 더 많은, 그리고 더 확률높은 야투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이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박지수는 이틀 전 1차전에서 23득점 27리바운드 5어시스트 4블록슛을 기록한 바 있다. 박지수는 시리즈 내내 신한은행에게는 너무나 큰 존재였다.
강아정은 14득점 5리바운드를 올렸고 포인트가드 심성영은 11득점 4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신한은행에서는 김단비가 19득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홀로 KB스타즈의 거대한 벽에 맞서기는 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