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차바위. KBL 제공
"형이 상대팀 선수였다면 저를 막았을텐데, 같은 팀이라서 너무 다행입니다"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열정적인 수비와 에너지로 인천 전자랜드의 반격을 이끈 베테랑 포워드 차바위(32)에 대해 팀 동료 김낙현이 남긴 말이다.
차바위는 27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규리그 챔피언 전주 KCC와의 4차전 2쿼터 막판 인상적인 수비 장면을 선보였다.
차바위는 KCC 주득점원 이정현을 따라가다 송교창의 스크린에 걸려 중심을 잃고 세게 넘어졌다. 머리가 살짝 코트에 닿은듯 보였다.
하지만 차바위는 곧바로 일어섰다. 그가 넘어진 사이 놓친 이정현을 정효근이 견제하러 움직였다. 그러자 차바위는 정효근이 막고 있었던 송교창에게 달려가 압박수비를 펼쳤다.
빠른 판단과 정확한 위치 선정 그리고 강한 압박까지, 차바위는 짧은 순간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전자랜드는 그 포제션에서 KCC의 득점을 저지했다.
차바위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살짝 부딪히기는 했는데 안 아파서 바로 일어났다"며 웃었다.
2012년 KBL 무대에 데뷔한 차바위는 커리어 내내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팀내에서는 정영삼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정영삼이 무릎 부상으로 인해 잔여 포스트시즌 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차바위는 코트 위 최고참으로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솔선수범의 자세가 돋보인 인천 2연전이었다. 전자랜드는 차바위를 중심으로 강력한 수비력을 발휘해 3차전에서 45점차 대승을 거뒀고 이날 4차전에서도 94대73 대승을 거뒀다.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을 그만 둔다. 차바위는 오랫동안 정든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한 경기라도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를 허무하게 날리기 싫었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베테랑 차바위의 강력한 수비와 허슬 플레이는 전자랜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예전부터 수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시즌 유독 더 눈에 띈다.
차바위는 "유도훈 감독님께서 인터뷰 때 나를 수비의 핵이라고 불러줬는데 그 말을 듣고 힘이 났다"며 웃었다.
김낙현은 "형이 수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든든하다. 그런 마음에 나는 공격에서 조금 더 도움이 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4차전에서는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빛났다. 17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3점슛을 5개 시도해 4개나 성공했다.
유도훈 감독은 "도망갈 때 3점슛 2~3개가 나와야 하는데 3차전에서는 조나단 모트리가, 오늘 4차전에서는 차바위가 해줬다"고 칭찬했다.
인천 2연전 승리로 벼랑 끝에서 탈출한 전자랜드는 이제 KCC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오는 29일 전주에서 열리는 마지막 5차전에서 승리하는 팀이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차지한다.
차바위는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챔피언결정전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한 기억이 여전히 아프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차바위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2번 정도 후회된 적이 있다. 챔프전과 4강전에서 졌을 때"라며 "항상 선수들에게 후회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챔프전에 올랐던 2년 전과 비교해 김낙현 등 선수들이 더 성장했다. 더 뭉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