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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 들으며 '섬택근무' 현실로…"통영 섬으로 출근합니다"

경남

    파도 소리 들으며 '섬택근무' 현실로…"통영 섬으로 출근합니다"

    통영 두미도서 전국 첫 '섬택근무' 시작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직원들, 일주일 3일 근무
    업무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새단장

    통영 두미도 '섬택근무' 업무 공간. 경남도청 제공

     

    섬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자는 신선한 발상이 현실로 이뤄졌다. 이제는 재택근무가 아닌 '섬택근무'가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경남에서 시작된다.

    경상남도는 경남혁신도시에 들어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직원들이 통영 두미도에서 '섬택근무' 근무를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

    '살고 싶은 섬' 가꾸기에 나선 경남에서 이른바 '아일랜드 스마트워크센터' 시대를 열었다. '섬택근무'는 섬이 오가기 힘든 불편한 곳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오히려 불필요한 외부 간섭이 적어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에서 비롯됐다.

    첫 대상지는 경남 통영 두미도.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꽤 먼 섬이다. 해저로 인터넷 광랜이 깔려있어 컴퓨터로 일하는 요즘의 작업 환경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영 두미도 '섬택근무' 스마트워크센터. 경남도청 제공

     

    두미도가 경남형 섬 재생 프로젝트인 '살고 싶은 섬'으로 지난 1월 지정된 이후 '불편을 기회로'라는 역발상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장기간 방치된 두미도 북구마을 옛 청년회관을 새로 단장해 사무실로 마련했다. 경로당은 숙소로 변신했다.

    중진공 직원들은 사업 단위로 섬 사무소에서 근무한다. 일주일에 3일 정도를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섬택근무에 들어간다. 소규모 그룹의 세미나와 집중도가 필요한 태스크포스(TF)팀도 사용한다.

    섬이 섬택근무지로 주목받게 된 것은 섬이 불편한 곳이 아닌 활용 가치가 충분하고 섬마을 공동체와 함께 주민으로 살아 보고 싶은 욕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TV 프로그램 등으로 우리나라 해양 영토의 주요 거점인 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섬 주민들도 크게 반겼다. 적막하던 섬에 젊은 직원들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지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통영 두미도 '섬택근무' 업무협약. 경남도청 제공

     

    북구마을 고상훈 이장은 한마디로 "섬의 경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 마을엔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 주민으로 산다. 그런 열린 마을이어서 이런 겹경사가 생긴 것 같다"며 "사무소 직원들을 섬 주민으로 받아들여 재미있고 활기찬 섬마을로 잘 만들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날 김경수 지사와 강석주 통영시장, 김학도 중진공 이사장, 고상훈 북구마을 이장은 섬에서의 사회공헌활동과 공동체 구축, 고유 가치 발굴을 통한 지속가능한 섬 조성 등을 다짐하는 협약을 맺었다.

    김 이사장은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섬, 두미도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열게 돼 영광이자 행운"이라며 "중소기업들에도 널리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중진공의 스마트워크센터 같은 시설이 늘어나길 기대하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섬 주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통영 두미도. 경남도청 제공

     

    두미도는 섬 둘레가 14km로, 작지 않은 규모의 섬이다.

    약 70가구, 1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욕지도와 삼천포 사이에 위치해 풍경이 아름답고 동백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의 난대림 수목이 울창해 생태적 가치가 높다. 한때 8개 자연마을이 흩어져 초등학교가 두 곳이나 있을 정도로 인구가 많았던 곳이다.

    경남에 사람이 사는 섬은 77곳, 무인도는 729곳이다. 전국에서 전남 다음으로 섬이 가장 많다. 경남도는 섬을 행정 위주의 공도화하지 않고 주민들의 삶을 건강하게 하고 소외되고 불편한 장소였던 이곳을 '살고 싶은 섬'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벌써 중진공 외에도 다른 기업들의 섬택근무 신청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근무 형태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진공의 본격적인 섬택근무는 오는 10일부터 3년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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