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공항에서의 3시간30분…여전히 귀를 맴도는 '옷차'

스포츠일반

    공항에서의 3시간30분…여전히 귀를 맴도는 '옷차'

    공항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공항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

    출국 날짜가 다가올 수록 두려움이 커졌다. 일본에서 준비한 코로나19 방역 대책 앱이라는 '옷차(OCHA)'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 계획(액티비티 플랜)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 메일을 보내도 묵묵부답이다. 가끔 답을 보내도 "우리도 정신이 없다. 미안하지만, 기다려달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옷차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공항(나리타)에서 고생한다"는 먼저 출국한 취재진들의 조언 때문에 마음은 더 다급해졌다. 이미 나온 입국기처럼 도착 후 7시간, 심하면 8~9시간이 지나서야 숙소 문을 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수단 본진과 함께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출국 이틀을 앞두고 일본 정부의 승인이 떨어져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마음 속 한 켠에는 "못 들어가면 어쩌나"라는 작은 두려움이 자리했다.

    오전 11시15분 비행기가 떴다. 2시간 남짓 흐른 오후 1시25분쯤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언제나처럼 스마트폰을 켜고, 짐을 꺼내기 위해 일어섰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가기 위해 앞쪽 자리를 미리 예약해뒀으니 이제 비행기를 벗어나기만 하면 됐다. 때마침 일본에 먼저 들어간 입국 선배님(?)께 메시지가 왔다. "경거망동하지마"라는.

    나리타 공항에서 대기 중인 선수단 본진. 도쿄=임종률 기자나리타 공항에서 대기 중인 선수단 본진. 도쿄=임종률 기자

    곧바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올림픽 관계자(취재진 포함)들은 자리에 앉아있고, 일반 승객들 먼저 내리라는 슬픈 방송이었다. 뒤늦게 비행기에서 내린 다음에도 당연히 선수들이 우선이었다. 조언이 확 와닿았다. "아! 내가 경솔했구나"

    공항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바로 '옷차'다. 모든 과정에서 '옷차'는 필수다. 굳이 똑같은 것을 몇 번이나 확인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 과정 '옷차'를 확인했다.

    기다림과 싸움이었다.

    간이 의자에 앉아 언제 올지 모르는 차례를 기다렸다. 앞 그룹이 모두 이동한 것을 보고 슥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역시나 경솔했다. 앞 자리가 텅텅 비어도, 내가 속한 그룹이 모두 그 과정을 완료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훈련소에서의 전우조 개념이랄까.

    조금씩 피로가 몰려올 무렵, 항공사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관계자는 "190명 정도 탑승을 했다. 최근 며칠 가장 많은 수치다. 그저께는 오후 9시에 공항을 빠져나간 팀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다른 항공편도 겹쳐서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말했다. 한숨만 쉬고 있을 때도 여전히 '옷차'를 외치는 소리만 귀를 맴돌았다.
    2020도쿄올림픽 취재를 위해 일본에 입국해 자가격리중인 취재진들과 관계자들의 격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검역보안요원이 12일 도쿄 분쿄구의 미디어 호텔 로비에서 근무하고 있다. 낮 시간대 2명, 밤 시간대 2명으로 하루 4명이 교대로 근무하며 격리자들의 동선을 점검하고 있다. 규정에는 호텔 근처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갔다 오는 시간 15분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규정 위반이 생기면 보안요원은 조직위로 즉각 전화해 사후 조치를 받는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2020도쿄올림픽 취재를 위해 일본에 입국해 자가격리중인 취재진들과 관계자들의 격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검역보안요원이 12일 도쿄 분쿄구의 미디어 호텔 로비에서 근무하고 있다. 낮 시간대 2명, 밤 시간대 2명으로 하루 4명이 교대로 근무하며 격리자들의 동선을 점검하고 있다. 규정에는 호텔 근처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갔다 오는 시간 15분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규정 위반이 생기면 보안요원은 조직위로 즉각 전화해 사후 조치를 받는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착 후 1시간30분 정도 흐른 오후 3시쯤에야 코로나19 간이 검사를 받았다. 침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몇몇은 침이 잘 나오지 않아 물을 마신 뒤 30분 후 다시 검사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나 '옷차'가 필요했다.

    검사 후 기약 없는 대기에 들어갔다. 그나마 기존 라운지를 대기 장소로 써 편하게 앉아있기는 했지만, 점점 피로는 더해졌다. 대기 과정에서 AD 카드를 수령했고,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음성 판정과 함께 세관 신고를 거친 뒤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시간은 오후 5시. 앞선 입국 선배님들보다는 빨리 탈출했다.

    한 관계자는 "그나마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방문으로 공항 내 일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서 일찍 나올 수 있었다"고 웃었다.

    이후 셔틀을 타고, 또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도착 시간은 오후 7시30분이었다.

    8시간이 넘는 긴 여정에 숨을 고르기도 전, 또 하나의 숙제를 해결해야 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식사를 했으니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짐을 던져놓고 나와 로비에 시간을 적고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제한 시간은 15분. 보이는대로 집고, 계산을 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5분이 남았다.

    문제는 이제 첫 날이라는 점이다. 내일부터 사흘은 숙소에서 격리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