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진 기자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공사현장의 비상대피 매뉴얼이 포함된 안전관리계획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안전관리계획서는 현장 감리단이 사실상 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23일 광주 서구청 등에 따르면 붕괴사고가 발생한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현장의 비상대피 매뉴얼이 포함된 안전관리계획서 준수 여부는 사고 현장 감리단이 관리·감독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관리계획서는 작성 단계에서는 국토안전관리원의 검토를 거쳐 지자체의 승인을 받은 뒤 확정되지만 이후 점검은 현장 감리단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전관리계획서에 대한 관리·감독이 철저히 이뤄졌다면 인명 피해는 줄어들 수 있었다.
독자 제공안전관리계획서에는 사고 발생에 대비한 훈련 계획은 물론,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활용할 대피로와 대피소 등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 붕괴사고에서는 사고 발생을 알리는 사이렌이나 확성기 등을 통한 전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 사고 발생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안전안내문자는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발송됐다.
이번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의 경우 공사 현장 주변에 주차된 차량 20여 대가 파손되는 등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추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사고 발생 이후 1시간 이내에 추가 붕괴가 발생했다면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났을 수 있었다.
박요진 기자
실제 지난 20일 붕괴 건물 고층부를 직접 찾은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한두 걸음 차이로 실종자들이 사고를 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언급해 비상 대피 매뉴얼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감리단의 부실 감리가 연이어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에서 인·허가와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나 국토안전관리원 등이 안전관리계획서를 토대로 정기적인 점검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사고 발생 직전 옥상에서 찍힌 영상 등을 보면 사고 징후를 미리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고 발생 건물의 가장 높은 39층에 있었던 작업자들이 모두 대피해 목숨을 건진 상황에서 다른 층에 머물던 실종자들이 건물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더라도 붕괴되지 않은 계단 쪽으로만 이동했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광주 서구청 관계자는 "사고 발생 당시 사이렌 등의 비상 대비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사이렌이라도 울렸으면 실종자들이 대비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에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건축 현장에서 붕괴 사고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관리계획서와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며 "유해위험방지계획서처럼 안전관리계획서 관리·감독 주체를 현장 감리단이 아닌 전문성 있는 기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