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김희옥 총재. KBL 제공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눈에 띄던 지난 2월 중순 2021-2022시즌 운영 과정에서 '에어볼'을 날렸다.
코로나19 재검사 대기자의 정규리그 경기 출전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울산 현대모비스 선수단은 서울 SK와 홈 경기를 앞둔 지난 2월15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선수와 코치진을 포함해 7명이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받았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KBL에 경기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KBL는 이를 거부했다. 아직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규정상 팀당 최소 12명의 선수가 엔트리에 등록되면 경기가 진행된다.
선수들은 불안감 속에서 코트에 나섰다. 현장 TV 중계진도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이크 앞에 섰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경기 후 다수의 선수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선수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허훈은 2월15일 밤 자신의 SNS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걸까요? 선수 건강 문제는 신경도 안 써주나"라는 글로 KBL의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 외에도 다수의 선수들이 SNS를 통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결국 KBL은 다음날인 2월16일 리그 중단을 발표했다.
선수들이 리그 운영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농구 팬도 선수들의 의견에 공감했다. 리그 중단의 모양새가 너무 좋지 않았다.
당초 프로농구는 남자농구 국가대표 차출 관계로 2월18일부터 휴식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트로 침투한 오미크론의 확산세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휴식기 일정을 앞당겼다.
결과적으로 KBL은 더 빠른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지난 2월15일 울산에서 열린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와 SK의 경기 장면. KBL 제공KBL이 조기 중단을 발표한 시점에 10개 구단 내 확진자는 58명이었다. 이후 그 숫자가 급증했다. 이는 남자농구 대표팀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대표팀은 지난달 24일부터 필리핀에서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KBL 간판급 선수들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팀 구성에 차질이 빚어졌고 결국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이로 인해 남자농구 대표팀은 승점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고 이 때문에 농구 월드컵 도전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대한민국농구협회가 FIBA로부터 추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KBL의 판단은 코로나19 시국에 국내 프로스포츠 연맹이 내린 결정 가운데 가히 최악이라 부를만 했다. 그 사이 선수단 내 확진자는 100명 이상으로 늘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KBL이 지난달 22일 제27기 제5차 이사회를 거쳐 발표한 정규리그 일정 재편성안이다.
KBL은 2021-2022시즌 정규리그를 4월5일에 종료하는 일정으로 재편성했다고 밝혔다. 4월5일은 당초 예정된 종료 시점보다 일주일 미뤄진 날짜다. 더불어 KBL은 정규리그 이후 플레이오프 일정은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KBL에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일정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일주일의 여유분이 있었다는 뜻이다.
결과론이지만 오미크론 확산 곡선이 크게 상승했을 때 KBL이 선제적인 판단을 내렸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남자농구 대표팀도 정상 운영이 가능했을 수 있다.
KBL은 지난달 중순 원칙을 고수했다.
신속 항원과 PCR 검사 결과 양성자가 나오면 정부의 방역지침과 자체 대응 매뉴얼에 따라 후속 조처를 하고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모든 의사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재검사 대기자를 대상으로는 보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했다. 그들은 잠재적 코로나19 바이러스 보균자일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날 코트에는 확진자 4명이 뛰었다. 구단은 이를 걱정했지만 KBL은 외면했고 이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어쨌든 프로농구는 다시 '점프볼'을 외친다. 2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서울 SK-안양 KGC인삼공사전, 고양 오리온-서울 삼성전 등 2경기를 시작으로 정규리그 일정을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