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신임 한은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윤석열 당선인.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이달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는 국내·국제경제 및 금융·통화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했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경제·재정 및 금융 전반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와 감각을 바탕으로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통화신용정책으로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 당선인 측과의 협의 여부와 관련해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인사에 관한 사항이라 자세한 사항은 답변드리기 곤란하지만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바로 "협의한 바 없다"는 반박 입장을 밝혀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은 이날 청와대의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발표 이후 공지을 통해 "한국은행 총재 인사 관련,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현 정부의 인사권 행사와 관련한 양측간 감정싸움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향후 4년간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총괄할 한국은행 총재 인사를 임기가 끝나가는 문 대통령이 행사하는 것과 관련해 양측이 물밑에서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지명한 이창용 국장의 경우 한국인 최초로 IMF 고위직에 임명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며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최정상의 경제.금융전문가로 윤 후보자가 인사의 최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실력' 면에서 흠잡을데 없는 인사라는 평가다.
동시에 이 국장이 과거 MB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핵심 요직을 거치는 등 보수정부와 인연이 깊다는 점에서도 윤 당선인 측에서도 내심 '나쁘지 않은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