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연경은 나!'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 강소휘(왼쪽부터), 김희진, 이다현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푸마코리아-대한민국배구협회 공식 후원사 협약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대한민국배구협회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의 공식 후원사 협약식이 열린 2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 20여년 만에 새 후원사와 함께 한국 배구의 새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날 후원 협약식 뒤에는 남녀 대표팀 감독의 인터뷰도 이어졌다. 여자 대표팀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은 해외 체류 중으로 이날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곤살레스 감독은 전임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을 코치로 보필하며 지난해 도쿄올림픽을 치렀다. 한국 여자 배구는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공백에도 4강 신화를 이루며 전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았다.
하지만 대표팀은 대대적인 세대 교체에 직면해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과 함께 센터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등 4강 주역들이 태극 마크를 반납한 까닭이다. 박정아(한국도로공사), 김희진(IBK기업은행)을 주축으로 강소휘(GS칼텍스), 이다현(현대건설) 등 젊은 선수들이 받쳐야 한다.
곤살레스 감독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곤살레스 감독은 여자 대표팀의 선발 기준에 대해 "오랫동안 함께 해온 고참들이 빠졌다"면서 "새로운 선수들을 찾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동기가 부여 확실하고 성실하며 대표팀에 대한 의지가 강한 선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마지막 경기를 치른 김연경이 코치와 포옹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역시 김연경의 공백을 메우는 게 과제다. 곤살레스 감독은 "가장 위대한 선수를 다시 찾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선수들의 특징과 장점을 최선으로 뽑아내 한 팀으로서 같이 배구를 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보다 팀 워크로 공백을 이겨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연경의 유산은 이어진다. 16년 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3번의 올림픽에 나섰던 만큼 김연경보다 한국 여자 배구를 잘 아는 이도 드물다. 곤살레스 감독은 "김연경과 자주 연락하며 한국 배구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서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텐데 (김연경의 의견이) 대표팀 운용에 많이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목표는 2024년 파리올림픽 진출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올림픽 예선 방식을 바꾼 만큼 새 전략을 짜야 한다. 파리올림픽은 대륙 예선이 없고 개최국 프랑스와 올림픽 예선전을 통과한 6개 국가와 세계 랭킹에 따른 5개 국가 등 12개 팀이 본선에 나선다. 한국으로서는 세계 랭킹으로 올림픽에 나서는 방법을 노려야 한다.
때문에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와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대회에서 최대한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현재 한국의 세계 랭킹은 14위다. 곤살레스 감독은 "올림픽 진출은 100m 경주가 아니라 2년 반 동안 마라톤처럼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경이 없는 만큼 공격을 책임질 거포가 부족한 상황이다. 곤살레스 감독은 "V리그에는 외국인 선수가 뛰어서 라이트 선발이 가장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선수의 장점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걸 잘 살리면 어떨까 싶다"고 고무적인 표정을 지었다.
2012년 런던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지난해 도쿄까지 3번의 올림픽을 책임졌던 김연경. 이제 그 김연경은 없지만 그 유산은 남아 있는 한국 여자 배구가 파리를 향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