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에서 IT 업계의 모습은 어떨까.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재택'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전사 출근'으로의 복귀를 선택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다른 기업과 IT 업계는 상황이 좀 다르다. 본래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지향하고 있는 데다가, 인재 영입전을 펼치고 있는 지금은 '근무환경'이 '새로운 복지'로 받아들여져서다. 이에 기업들은 전면 재택이나 전사 출근을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7월부터 사무실 출근, 원격 근무 등 근무형태를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커넥티드 워크' 제도를 도입한다.
네이버 직원들은 상반기·하반기 한 번씩 개인 사정, 조직 여건, 진행하는 프로젝트 상황 등을 고려해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을 기반으로 하는 '타입 O'(Office-based Work)와 원격 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타입 R'(Remote-based Work) 중 한쪽의 근무 형태를 자율로 선택할 수 있다.
'타입O'를 선택한 직원에겐 사무실에 고정 좌석이 지급된다. '타입R'을 선택한 직원도 출근이 필요한 날엔 사무실 공용좌석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앞서 진행한 사내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직원 4700여명 중 55%가 전면 재택 '타입R'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응답률은 92.7%였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의 문화 자체가 자율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어디서 일하느냐를 따지기보다, 일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느냐 얼마나 효율적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해주느냐를 고민했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무신사도 이달부터 '주3일 출근'을 골자로 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도입한다.
무신사 직원들은 주 2회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되 부서별 상황에 맞춰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자유롭게 섞어 사용할 수 있다. 자율 출근제 운영도 확대한다.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근무 후 퇴근하는 방식이다. 이는 사무실 출근 외에 재택근무 시에도 적용된다.
무신사 관계자는 "저희가 정부 방침에 따라 재택을 했을 때 전혀 업무에 지장이 없었다. 화상회의나 메신저 등으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한 건) 여전히 대면 회의나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니즈도 있어서 그런 측면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당근마켓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3월부터 전사 재택에 돌입했던 당근마켓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직원 재량에 따라 사무실 출근과 재택을 병행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하이브리드 방식' 도입의 이유로 △업무 효율화와 △인재 수혈 등의 측면을 꼽는다.
먼저 각 직군이나 직무에 따라 최적화된 근무환경이 다를 수 있다. 개인의 집중이 요구될 경우 '재택'이 나을 수도 있고 팀원들과의 소통이 필요할 경우 '출근'이 나을 수도 있다. 개개인의 성향 차이도 반영된다. 실제로 네이버의 최근 설문조사에선 개발자 직군은 원격 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고르게 선택했지만, 스태프 직군은 사무실 출근을 더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개발자 부족과 이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업계의 특성과도 맞물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 완충 효과'에 따르면, 재택근무자가 1년 후 취업 상태를 유지할 확률은 86%로 집계됐다. 이는 비재택근무자(74.9%)보다 11.1%p 높다. 재택근무자가 실업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할 확률 역시 비재택근무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재택근무는 통상 통근시간 절약, 자율성 증대 등으로 직무만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국내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구글, MS, 애플 등에서 재택근무를 철회하고 회사 출근 방침을 정하자 직원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들이 재택근무 등을 하나의 복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회사에서도 이를 근무제도에 반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