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는데 왜 웃질 못하니…' 삼성 선수들이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원정에서 8 대 0으로 승리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전날까지 구단 역대 최장 13연패를 당한 만큼 선수들의 표정이 굳어 있다. 연합뉴스프로야구 출범 40년을 맞은 올해 전통의 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0년 역사에 유이(唯二)하게 모기업과 팀 이름이 바뀌지 않은 두 팀, 삼성과 롯데다.
삼성은 2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원정에서 8 대 0으로 이겼다. 선발 허윤동의 6이닝 2피안타 2볼넷 1사구 7탈삼진 무실점 역투와 주포 오재일의 5타수 3안타 5타점 2득점 맹타 등으로 완승을 거뒀다.
그토록 기다렸던 1승이다. 이날 이전까지 삼성은 지난달 29일 kt와 홈 경기 8 대 2 승리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삼성은 무려 13연패를 당했다. 올스타전 휴식기 전까지 11연패, 이후 2연패가 더해졌다.
40년 구단 역사 최초의 불명예였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원년부터 참여해 강팀으로 군림해온 삼성의 흑역사였다. 지난해까지 삼성은 2004년 10연패가 구단 역사상 최장이었다.
삼성은 2002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KS) 우승 비원을 풀어낸 뒤 21세기 최강팀의 반열에 올랐다. 삼성의 숙원을 풀어준 '명장' 김응용 전 감독에 이어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감독이 2005, 2006년 KS 2연패를 이끌었다. 2011년부터는 사자 군단 푸른 피의 적통 류중일 전 감독의 지휘봉 아래 5년 연속 정규 리그, 4년 연속 KS 우승을 거머쥐었다.
사자 군단은 2016년 야구단 주체가 삼성 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공식 이관되면서 암흑기를 맞기도 했다. 최형우(KIA), 박석민(NC), 차우찬(LG) 등 삼성 왕조를 이끈 주역들이 떠나면서 5년 연속 가을 야구가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해 정규 리그 2위를 차지하며 중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올해도 탄탄한 외국인 선수들과 구자욱, 오재일 등 주축들이 건재해 상위권이 예상됐다.
하지만 무더위가 오면서 마무리 오승환과 좌완 선발 백정현 등의 부진으로 마운드가 붕괴됐다. 구자욱이 부상으로 빠져 있던 타선도 투수진과 엇박자를 내면서 연패가 길어졌다. 연패 전까지 6위로 가을 야구 경쟁을 펼쳤지만 순위도 8위,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일단 삼성은 13연패를 끊어내며 한숨을 돌렸다. 무거웠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털어내고 휴식일을 맞았다. 주중 3연전 상대도 최하위인 한화로 반등할 발판을 마련할 좋은 기회다.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5회초 롯데 투수 문경찬이 홈런을 맞고 실점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롯데
'거인 군단' 역시 창단 및 KBO 리그 출범 40년을 맞은 올해가 쉽지 않다. KS 우승을 차지한 지 벌써 30년, 올해도 정상이 요원한 가운데 리그 최초 불명예의 희생양이 됐다.
롯데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홈 경기에서 0 대 23 대패를 안았다. 5회만 10점을 내준 롯데는 5회말 공격에서도 무득점에 그쳐 이미 21점 차 열세에 놓였다. 8회 KIA 황대인과 김규성이 홈런과 적시타로 롯데에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를 안겼다.
23점 차는 40년 KBO 리그 역사상 최초다. 지금까지는 1997년 5월 4일 삼성이 LG에 거둔 27 대 5 승리와 롯데가 2014년 5월 31일 두산을 상대로 이룬 23 대 1 승리 등 22점 차가 최다였다.
롯데 선발 글렌 스파크맨부터 KIA 타선에 스파크를 일으켰다. 3회까지 9안타, 1볼넷을 내주며 6실점한 뒤 강판했다. 불꽃이 터진 KIA 타선에 롯데 불펜진은 완전히 녹아내렸다. KIA는 이날 장단 26안타, 5볼넷 등으로 구단 역사상 최다 점수를 뽑아냈고, 롯데 마운드는 녹다운됐다. KIA 4번 타자 황대인은 6타수 5안타 6타점으로 개인 최다 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롯데에 특별한 시즌이다. 주포 이대호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세계 최초의 9경기 연속 홈런, KBO 리그 최초의 타격 7관왕을 이루고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이끈 업적을 기려 KBO는 '국민 타자' 이승엽 이후 2번째 은퇴 투어를 이대호에게 선물하려 한다.
'마지막 경기도 이래야 하는데…'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 올스타 대 나눔 올스타의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롯데 이대호를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이대호의 비원은 KS 우승. 이대호는 올해도 타격 2위(3할3푼7리), 안타 3위(110개)로 여전히 리그 정상급 타자로 활약하지만 팀은 그렇지 않다. 5월 초만 해도 2위에 오르며 가을 야구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이후 급전직하, 8위까지 추락해 '봄데'라는 오명을 씻지 못했다.
그래도 전반기 막판 4연승, 6위까지 올랐던 롯데는 후반기 KIA와 첫 3연전에서 싹쓸이를 당했다. 특히 24일에는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그러면서 포스트 시즌 마지노선인 5위 KIA와 승차가 7경기로 벌어져 가을 야구마저 가물가물해졌다.
KBO 리그 40년 역사에서 유이하게 팀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과 롯데. 1982년 함께 출발했던 OB는 두산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해태와 MBC는 KIA와 LG로 모기업이 바뀌었다. 이런 점에서 삼성과 롯데는 KBO 출범 40주년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지만 그에 걸맞는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과연 전통의 두 구단이 남은 기간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