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급감하기는 했지만 중국의 조선족 학교는 모두 동북지역에 있다. 예전에 이 곳에 다니는 조선족 학생들은 우리말로 된 교재를 갖고 우리말로 공부했다.
고입, 대입시험도 우리말로 봤고 소수민족 우대 정책에 따라 가산점도 받아 주요 대학 입학이 한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웠다.
'가오카오 이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 입학 열기가 한국 뺨치는 중국에서는 한족이 조선족으로 민족을 바꿀 정도로 큰 혜택이었다.
소수민족 학생에 대한 가산점은 공정의 문제로 접근하다면 특혜라고 볼 수 있지만 소수민족의 발전을 지지·보장하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증명해 주는 긍정적인 정책이었다.
하지만 대입경쟁이 점점 치열해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2012년 말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화민족공동체가 강조되면서 고입, 대입 시험에서 소수민족 가산점 제도는 소멸 직전이다.
직격탄은 따로 있었다. 조선족 학교 조선족 학생들도 이제는 중국어 교재를 갖고 중국말로 수업을 받고 있다. 무늬만 민족학교인 셈이다.
아직까지 조선족 학교 학생들은 대입시험에서 조선어문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조선어문 과목이 선택으로 바뀌면 간신히 남아 있던 조선어 과목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조선족에게만 닥친 문제는 아니다. 55개 소수민족 전체가 직면한 문제다. 왜일까?
시진핑 주석은 2019년 3월 양회 기간에 문화예술계, 사회과학계 위원들과의 좌담에서 한 국가, 한 민족에게 있어서 영혼이 없어서는 안 되며 문화, 문예사업과 철학, 사회과학 사업은 민족의 뿌리를 키우고 영혼을 만들어 가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1년 반 뒤인 2020년 10월 중국공산당 19기 5중전회의에서 민족지역 교육의 질과 수준을 높이고 국가통용언어 문자의 보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당의 결정보다 한 달 여 앞선 9월 새학기에 맞춰 이미 제도가 실시됐다. 이에 네이멍구(내몽골)에서 수 천 명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신장위구르와 티베트 지역에서는 훨씬 앞서 2017년과 2018부터 시작됐다.
시 주석은 네이멍구 지역의 불온한 기운을 잠재우기 위한 때문인지 이듬해인 지난해 3월 전인대 개막식 직후 내몽골 대표단을 만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국가 공용 언어와 문자 보급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통합교과서 사용을 전면 추진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화적 동질성은 (국가) 정체성의 가장 깊은 수준이며 민족 통합의 뿌리이자 민족 화합의 혼"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족 수재들이 모여들었던 연변 제1중. 한국으로 치면 옛 경기고 같은 곳이다. 하지만 연변1중을 포함해 조선족 학교에서도 중국어로 된 교재와 중국어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두 캡처중국 헌법 제4조는 '민족자치'에 대해 언급하면서 "여러 민족은 자기의 말과 글을 사용하고 발전시킬 자유를 가지며 자기의 풍속과 습관을 보존 또는 개혁할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때 이 규정에 의거해 소수민족 자치가 보장되고 고유 언어와 문화 전승이 장려되었다.
그러나 55개 소수 민족보다 한족 중심으로 뭉뚱그려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이 강조되면서 소수 민족은 2,30년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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