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지난 1일 대폭 인상된 가운데 택시기사들은 날이 갈수록 이용객이 확연히 줄어든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서 만난 60대 택시기사 정모씨는 취재진을 만나자 한숨부터 크게 내쉬었다. 정씨는 "지난주에 택시요금이 인상됐을 때는 몰랐는데, 날이 갈수록 이용객이 확확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번 택시요금 인상안에서 심야 요금이 대폭 올랐다. 심야 기본요금은 오후 10~11시, 오전 2~4시 4600원에서 5800원으로, 오후 11시~오전 2시 기본요금은 5300원에서 6700원으로 각각 1200원, 1400원 인상됐다.
서울역 서부 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빈 택시들이 승객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정씨는 심야 요금이 인상된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밤에는 손님이 더 없다. 그전에는 밤 11시 넘더라도 술도 마셨는데 지금은 9시면 다 끝난다"며 "이 가격에 이용객들이 익숙해지려면 1년은 걸린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택시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도 있었다. 영등포역에서 만난 25년 경력의 택시기사 A(67)씨는 "승객들이 너무 부담된다고 하니까 차라리 요금을 안 올렸으면 좋겠다"며 "올린다고 한다면 기본요금은 전과 같이하고 기본요금 거리만 지금처럼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택시 이용객이 줄어들 바에는 차라리 지난해 11월 '택시 대란'으로 해제됐던 개인택시 3부제라도 재시행해 택시 공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A씨는 "손님은 체감상 3분의 1정도로 줄었는데 개인택시가 너무 많으니 설 자리가 없다"며 "개인택시 부제를 다시 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다만 택시요금이 인상된만큼 이전처럼 택시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로구에서 만난 70대 택시기사 우모씨는 "전에는 강남에서 택시 안 잡힌다고 그랬는데 요즘은 밤에 강남을 나가도 택시가 많다더라"며 "원래 나이든 기사들이 밤에 잘 안 나갔는데 요금이 올랐다니까 재미 삼아 나가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용객들도 인상된 택시요금이 부담된다고 입을 모았다. 여의도에서 만난 홍주희(35)씨는 "일단 할증이 많이 붙고 조금만 가도 요금이 팍팍 오르는 것이 예전보다 엄청 부담스럽다"며 "날씨가 춥거나 하면 (택시를) 자주 이용했는데, 이제 좀 줄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요금이 크게 오른 심야시간대 택시는 기피대상으로 떠올랐다.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혜진(27)씨는 "낮에는 괜찮은데 밤 10시 이후에 (택시를) 탔을 때 비용이 많이 올라서 타면 많이 부담스럽다"며 "10시 넘어서는 잘 안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신명기(50)씨는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일단 택시 타기 전에 대중교통 있을 때 빨리 집에 가야겠다"며 "솔직히 택시요금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때문에 오른 것이면 좀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택시업계는 요금이 오른 만큼 당분간 이용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민장홍 기획과장은 "매번 요금 조정 때마다 일부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있었다"며 "당분간 사업자(택시기사)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고 수요가 늘면 객단가가 오르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주대학교 유정훈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밤 12시부터 2시까지 할증은 크게 오른 만큼 시민들 부담으로 심야 자영업의 어려움 등 문제가 생긴다면 요금 미세 조정은 가능할 것"이라며 "(인상 효과가 택시기사에게 체감되도록)사납금 부담 완화 등 법인택시에 대한 대책도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