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 김승기 감독. KBL 제공스포츠의 흥행 요소 중 하나는 라이벌이다. 선의의 경쟁도 있는 반면 '앙숙'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라이벌도 있다.
2022-2023시즌 프로농구에도 새 라이벌이 생겼다. '김승기 더비'라는 캐롯과 KGC의 경기다.
김승기 감독은 7년 동안 KGC를 지휘했다. 통합우승 1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1회 등 KGC의 전성기를 이끈 사령탑이다. 김승기 감독은 캐롯으로 떠났고, 여기에 KBL 최고 슈터로 성장한 전성현도 FA 자격으로 캐롯 유니폼을 입었다. 여기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라이벌 구도.
하지만 콕 짚어 '김승기 더비'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
김승기 감독은 지난해 10월 캐롯 사령탑으로 처음 안양을 방문한 뒤 "잘려서 나갔다. 내가 잘리고 나니 KGC가 엄청 투자하는 것 같다. 고생하다가 오랜만에 왔는데 홍삼이라도 하나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서운함을 표했고, 이후 '김승기 더비'라는 표현이 따라다녔다.
조금은 조용했던 프로농구에 새 이슈가 생겼다. 경기도 치열했다. 캐롯은 4번째 맞대결에서 힘겹게 승리했지만, 매 경기 선두 KGC를 압박했다. 프로농구의 새로운 흥행 요소가 됐다.
최근 김승기 감독은 다시 한 번 KGC를 언급했다.
캐롯은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두 차례나 임금 지불이 늦어졌다. 게다가 오리온 인수 후 1년도 되지 않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에 김승기 감독은 지난 10일 kt전을 앞두고 "(KGC에서) 아끼는 것에 대해 잘 배운 것 같다. 그 때 배운, 뭐든지 줄이면서 팀을 운영하는 것을 지금 하고 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승기 감독의 발언이 기사화된 후 KGC는 KBL에 공문을 보내 재정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KBL도 14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김승기 감독의 발언을 심의했다.
물론 KGC 입장에서는 구단에 대한 비방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재정위원회를 요청할 정도의 발언인지는 의문이다. KBL도 김승기 감독에게 경고 조치를 했다.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경고가 아닌 벌금 등의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NBA에서는 구단, 그리고 선수들 사이에서 비방 발언이 자주 나온다. 심지어 해설위원들도 흔히 말하는 디스전에 참여한다. 인종차별 등의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비방에 대해서는 징계를 하지만, 다양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막지 않는다.
프로농구 흥행을 위해서는 당연히 최고의 경기력이 우선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다양한 스토리도 필요하다. 이런 디스전이 오히려 억지로 만든 더비보다는 더 재미있는 라이벌 관계를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