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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재정비…'기억과 안전의 길' 첫발 내딛다



사건/사고

    [르포]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재정비…'기억과 안전의 길' 첫발 내딛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지역 상인, 15일부터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 추모공간 정비 시작
    외국인 추모객 붐비는 '이태원역'…시민·상인 "참사 잊지 않도록 현장 보존해야"
    수거된 '추모 메시지'는 잠시 안녕…보존한 뒤 향후 추모공간에서 활용 예정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지역 상인들은 '10.29 이태원 참사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지역 상인들은 '10.29 이태원 참사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
    이태원 참사 다음 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했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공간이 재단장을 앞두고 있다. 유가족과 지역 상인들은 참사 장소에 붙어있던 추모 메시지를 함께 정리한 뒤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는 새로운 추모공간을 논의 중이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국적의 시민들이 찾아와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었다. 지역 상인들도 비록 이태원 상권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사 현장에서 추모만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해밀톤 호텔 가벽에 부착된 추모 메시지들을 정리하고, 10.29 이태원참사에 대한 시민기록의 형태로 보관하겠다고 밝혔다.
     
    단체는 "참사 이후 이태원역 1번 출구는 시민들의 애도와 추모의 마음이 모이는 공간이었다"며 "유가족과 지역 상인 그리고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안전과 기억의 길이 될 수 있도록 참사 현장을 재정비하고, 정부와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안전과 기억의 길 조성에 대한 요구를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 옆 해밀톤 호텔 가벽을 가득 채웠던 추모 메시지들은 절반 가량 남아 있었다.
     
    참사 현장은 다양한 국적의 시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들은 가벽 앞에 마련된 책상 위에서 추모 문구를 적은 뒤 남아있는 추모공간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가벽에 남아있던 포스트잇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Pray for Itaewon' 등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을 찾은 시민들이 종이에 추모 메시지를 적고 해밀톤 호텔 가벽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양형욱 기자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을 찾은 시민들이 종이에 추모 메시지를 적고 해밀톤 호텔 가벽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양형욱 기자
    참사 현장에서 만난 박정현(39, 서울 송파구 거주)씨는 가벽에 붙어있던 추모 메시지를 둘러보고 있었다. 박씨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가장 의미 있고, 9.11도 참사가 일어난 자리에 추모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이태원 참사의 경우도 (추모 공간이) 이 자리에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하지라(36)씨는 한국 여행 차 해밀톤 호텔에서 지내던 중 바로 옆 골목에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것을 알게 됐다며 현장을 찾았다. 하지라씨는 "참사 현장을 직접 방문하니까 정말 슬프다"면서 "상인들을 생각해 추모공간 다시 정비하기 시작했다는 가족들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지역 상인들도 참사 현장에 조성된 추모공간을 보존해야 한다는 시민들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들은 이태원 상권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면서도, 오히려 이번 재정비 작업을 거쳐 새로운 이태원 문화를 만들어야만 침체된 지역 상권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밀톤 호텔 가벽 일부에 붙어있던 추모 메시지들이 일부 정리된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해밀톤 호텔 가벽 일부에 붙어있던 추모 메시지들이 일부 정리된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
    참사 현장 인근 편의점, 술집 등 점포들은 여전히 인적이 드물었다. 이날 오전에는 대부분 점포들이 문을 열지 않았지만, 오후부터 운영 중인 가게들이 나타났다.
     
    참사 현장 주변에는 비어있는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추모현장은 추모 메시지를 작성하거나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여전히 붐볐지만, 정작 물건을 사러 점포 안으로 들어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남인석(80)씨는 "여기서 매일 살펴봤지만 요즘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데 참사 현장에 흔적이 없으면 우리가 할 말이 없지 않냐"며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추모공간을 보존해 이태원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요리주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재정비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달 전인가 참사 현장을 가봤는데 추모 메시지들이 비에 젖고 글씨도 지워졌기 때문에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요즘 외국인분들이 많이 찾아오시는데 그분들한테 우리가 참사를 잘 이겨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가족과 지역상인들은 1차 재정비를 시작으로 '안전과 기억의 길'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 등에 요구안을 전달해 현장에서 추모가 계속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수거된 추모 메시지들은 폐기하지 않고 향후 마련될 추모공간에 비치될 계획이다.
     
    유가족을 지원하는 피해자권리위원회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이태원 상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안전과 기억의 길을 조성해야 하지 않겠냐고 교감했다"며 "이번에 진행하는 것도 그 논의의 연장선 상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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