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안 릴라드. 연합뉴스지난 수년간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수차례 '슈퍼 팀'이 구성됐다. 정상급 스타들이 우승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 팀에서 데뷔해 오랜 기간 팀과 운명을 함께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는 희미해졌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올스타 포인트가드 대미안 릴라드는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물게 프랜차이즈 스타의 길을 걷고 있었다.
릴라드는 2년 전 한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슈퍼 팀에 들어가는 것보다 현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지는 게 더 낫다"는 소신을 밝혔다. 평소 "포틀랜드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구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포틀랜드는 서부컨퍼런스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춘 팀이었다.
포틀랜드는 릴라드가 프로 2년 차가 된 2013-2014시즌부터 8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8-2019시즌에는 서부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했다. 릴라드와 함께 팀을 이끌어 나갈 전력의 축을 잘 만들어나가면 그 이상의 성적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포틀랜드는 최근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난 2021-2022시즌은 릴라드가 부상 때문에 29경기 출전에 그쳤던 시즌이다. 2022-2023시즌의 경우 릴라드가 데뷔 후 가장 높은 평균 32.2득점을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포틀랜드에는 최근 리빌딩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NBA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전체 3순위로 유망주 가드 스쿳 헨더슨을 지명했다. 미국 현지의 일부 언론은 헨더슨을 두고 '프랜차이즈 빌딩 조각'이라고 부른다.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데려간 빅터 웸반야마가 없었다면 전체 1순위 지명도 가능했을 수준의 유망주라는 평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릴라드는 포틀랜드가 올해 비시즌에 다시 우승후보가 될만한 수준의 전력 보강을 단행하기를 원했다. 3순위 지명권으로 유망주를 뽑기보다는 트레이드를 통해 즉시전력감을 데려오기를 원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여의치 않을 경우 최근 막을 올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포틀랜드가 '큰 손'이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포틀랜드의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았다. 주축 포워드 제라미 그랜트와 연장 계약을 맺었지만 이외 전력 보강을 위한 과감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릴라드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들은 2일(한국시간) 릴라드가 포틀랜드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유력한 행선지는 지난 시즌 준우승 팀 마이애미 히트다. 다수의 매체들은 릴라드가 지미 버틀러, 뱀 아데바요가 있는 마이애미로 이적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릴라드는 마이애미시와 히트의 구단 문화 그리고 팀의 간판인 지미 버틀러에 대한 호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뱀 아데바요와는 가까운 사이다.
무엇보다 마이애미는 우승후보급 전력을 갖춘 팀이다. 2012년에 데뷔한 릴라드는 12번째 시즌을 앞둔 만 32세의 베테랑으로 우승에 대한 갈망이 매우 크다.
트레이드는 선수의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릴라드가 마이애미 이적을 원한다 하더라도 포틀랜드 입장에서는 릴라드의 가치에 걸맞는 조건이 나와야 트레이드를 추진할 수 있다.
릴라드가 프랜차이즈 스타의 길을 포기했지만 그를 향한 여론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릴라드가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고 해서 그가 악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포틀랜드가 릴라드와 원만한 마무리를 해야 할 때'라고 전하기도 했다.
구단과 선수의 평소 관계가 중요할 것이다. 포틀랜드가 그동안 릴라드가 보여줬던 구단을 향한 애정과 노력, 헌신 등을 감안한다면 릴라드가 원하는 구단으로의 트레이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