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 사진=황진환 기자우상혁(용인시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육상 높이뛰기 은메달을 땄다. 그 시절에는 우상혁의 이름을 아는 팬이 많지는 않았다. 우상혁은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4위를 하면서 '스마일 점퍼'로 주목받았고 이후 세계적인 점퍼로 도약했다.
"그때는 그냥 억지로 뛰었던 것 같다. 그때의 영상을 보면 진짜 어떻게 저렇게 뛰었나 싶다. 지금은 너무 여유롭게 뛰는 것 같다. 그때는 강박과 압박이 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종목이지만 즐기지 못했다. 지금은 너무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4일 오후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높이뛰기 결선에서 현역 최강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에 밀려 2위를 차지한 우상혁의 말이다.
우상혁은 2m33을 1차 시기에 통과하며 포효했다. 바르심 역시 1차 시기에 2m33을 넘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기록인 2m35에서 희비가 갈렸다. 바르심이 한 번에 성공한 반면, 우상혁은 1차 시기에서 실패했다.
이후 바르심은 아시아 최고 기록을 넘기 위해, 우상혁은 바르심을 넘기 위해 바를 높이며 도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결국 승부는 2m35에서 갈렸다.
우상혁은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5년 전과 지금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라이징 스타였다면 지금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인정받는다.
바르심과 우상혁이 맞붙은 육상 높이뛰기는 아시안게임의 위상을 높여준 종목이다. 세계 최정상급 점퍼들의 대결로 올림픽 혹은 세계선수권과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바르심과 경쟁 관계는 경기를 보는 팬에게는 긴장감을, 그들 사이에는 강한 자극을 준다.
출발은 좋았다. 우상혁은 "2m33을 1차 시기에 넘는 것에 집중했다. 그게 가장 중요한 관점이었다. 그 다음에 2m35까지 어떻게든 넘고 2m37, 저의 개인 최고 기록, 한국 기록까지 세우려고 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르심의 벽은 높았다. 그래도 우상혁은 즐거워 했다. 그는 "너무 재밌다. 바르심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제가 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흥미롭고 재밌다. 재밌는 높이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우상혁은 "바르심 선수도 저를 많이 의식했을 것이다. 제가 첫 번째로 (2m33을) 넘었기 때문에 서로 경쟁 의식과 의욕을 끌어 당기면서 서로 다 1차 시기에 넘었던 것 같다. 집중해서 2m35를 1차 시기에 넘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우상혁은 "2m37에 도전했는데 넘으면 좋았겠지만 이제 그 기록은 제가 넘어야 할 산"이라며 "파리올림픽까지 그 기록을 꼭 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상혁. 사진=황진환 기자우상혁과 바르심. 사진=황진환 기자 또 우상혁은 "오로지 금메달만 보고 여기에 왔다. 바르심과 경쟁하려고 왔다. 바르심과 최종 높이에서 경쟁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영광이다. 어렸을 때 진짜 저 선수와 뛸 수 있는 위치가 될까 생각을 많이 해봤다. 매번 같은 높이를 경쟁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우상혁의 다음 목표는 파리올림픽이다. 그때까지 세계 최고 높이를 향한 도전은 계속 된다.
우상혁은 "이제 올림픽까지 300일도 안 남았다. 다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 이제는 제가 다크호스니까 바르심을 포함한 세계적인 선수들을 무섭게 만들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