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열린 직장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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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 4.5일제' 도입, 어떻게 생각하세요?
더불어민주당이 주 4~4.5일제 도입 기업 지원을 통해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워라밸' 회복을 통한 출산율 반등, 생산력 증대 등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를 열고 "한때 노동시간으로 때우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노동의 효율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며 "국민 개개인이 짧은 노동 시간, 많은 여가 시간, 여유로운 삶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나가야 한다"고 총선 공약을 제시했다.
당은 4.5일제 실행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도입·확산해, 오는 2030년까지 실노동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최소휴식시간을 통해 1일 근로시간 한도를 설정하고, 포괄임금제 금지를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해 장시간 노동·공짜 노동을 근절할 계획이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급여 삭감과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존 임금 등 근로조건 저하 방지를 위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한다.
OECD 국가별 1인당 연간근로시간 캡처2022년 우리나라 1인당 연간근로시간은 '1901시간'이다. OECD 평균(1752시간)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호주(1707시간)와 비교했을 때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41시간)과 비교하면 무려 560시간 차이가 났는데, 이를 일 단위(8시간)로 환산하면 1년에 70일을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긴 노동시간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예산정책처 '2023 대한민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33위에 머물렀다. 노동시간당 부가가치를 나타내는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로 OECD 평균(64.7달러)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일각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시 노동생산성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국내 1인당 노동생산성 지수는 100.2로, 주 52시간 도입 전인 2017년(100.5)과 비슷한 수준이다. 근무 시간은 2017년(2018시간)에 비해 연 117시간이 줄었지만, 생산성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노동 생산성 지수란 일정 시간 동안 투입한 노동량에 대한 생산량의 비율을 기준점인 2015년을 100으로 잡고 측정한 수치다.
KDI 2023 'OECD 연간근로시간 비교분석과 시사점' 보고서 캡처
또한, 전문가들은 한국의 낮은 생산성의 원인을 긴 노동시간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노동시간이 길수록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노동과 관련 없는 보여주기식 '가짜 노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0~2016년 OECD 회원국 평균 근로시간과 근로시간당 GDP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근로시간이 짧은 국가일수록 오히려 노동생산성이 높았다. 전 세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생산성 향상이 동시에 진행돼 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사업체를 분석한 결과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 후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체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약 1.5% 증가했다.
주 4.5일제 정착 시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근로시간이 짧아지면 시간주권이 보장돼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간주권은 개인이 자유롭게 시간 배분을 조직화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뜻한다.
현재 한국은 근로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보장 수준이 낮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시간의 주권' 영역에서 31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가족시간 주권' 수준은 20위로, 모성·부성 관련 휴가 법적 보장, 휴가의 소득대체율, 휴가 사용률 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과 생활에서 시간주권이 높을수록 워라밸이 보장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각계 전문가들은 한국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긴 노동시간'을, 해법으로는 '가족친화적인 직장 문화'을 주장해왔다. OECD 윌렘 아데마 수석연구원은 한국 저출산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의 장시간 노동 문화'를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과거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계속해서 많은 노동시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출산율이 상승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