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인데요.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저희 기후로운 경제 생활이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올해 7월 29일에 시작을 했는데요. 어느새 한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올해 마지막 방송이니까 한 주가 아니라 한 해의 기후 뉴스를 한 5가지 정도로 추려봤습니다.
첫 번째 소식입니다.
역대 최악의 여름 물가 대폭등.우리나라가 1973년에 기상 관측을 시작했는데요. 올해 여름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죠. 가장 더운 것뿐만 아니라 열대야 일수도 1위였고요. 시간당 강수량도 1위, 해수면 온도도 1위예요.
먼저 온도부터 살펴보면 전국 평균 기온이 여름철에 25.6도였던 걸로 기상청이 집계했어요. 평년보다 1.9도 높아서 관측 사상 최고치라고 합니다.
그리고 밤에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일수도 전국 평균 20.2일에 달했는데요. 평년이 6.5일이에요. 그러니까 3배 이상 많았던 겁니다. 전국 평균이 그렇고 서울만 놓고 보면 열대야 일수가 39일, 제주는 무려 56일에 달했습니다.
◇ 최서윤> 강수량도 보면 평균 강수량 자체가 평년 대비 많은 건 아니었대요. 그런데 비가 장마철에 집중이 되면서 피해가 컸습니다. 전체 강수량의 80%, 그러니까 1년 치 내릴 비의 80% 가까이가 장마철에 집중됐다고 보시면 되고요. 올해 7월 10일 전북 군산 어청도에서 남부 지역에 피해를 안긴 집중호우가 시간당 146mm로 기록이 됐거든요. 이것도 우리 관측 사상 역대 최고치의 시간당 강수량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해수면 온도. 올여름 우리나라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23.9도로 집계가 됐는데 최근 10년 평균보다 무려 1.1도 높아진 거라고 해요. 그 때문에 장마철에는 더 덥고 11월에는 여러 명이 사망한 대폭설까지 이어졌다는 관측입니다.
◆ 홍종호> 우리나라만이 아니고 저희 방송에서 다뤘지만 전 세계적으로 올 한 해가 극한 기상 현상이 극심했잖아요. 스페인과 브라질, 한국도 11월에 최대 폭설이 왔고요. 이런 일들이 기후의 변화만이 아니고 우리의 밥상 물가를 포함한 모든 경제 활동에 큰 피해를 미치고 있는 것이 심각한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더더욱 우리 국민들께서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낀 한 해가 아니었나 싶어요.
◇ 최서윤> 맞습니다. 우리 기후 변화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기후플레이션이란 말이 정말 1년 내내 따라다녔어요. 실제로 올해 7월에 배의 가격이 작년보다 154% 올랐습니다. 사과값도 거의 40% 올라서 과일 사먹기 겁나는 여름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배춧값이 상승하면서 또 겨울철에는 김장 물가를 위협했고요. 이 때문에 정부 관계 부처도 진짜 1년 내내 비상이었어요. 이제 정말 많이 안정돼서요, 가장 최근 통계 발표치인 11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서 채소류 가격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0.4%에 그쳤습니다.
◆ 홍종호> 많이 안정된 게 10%가 넘는군요.
◇ 최서윤> 아주 많이 안정된 수준이고요. 아직까지도 농·축·수산물 가격이 내려오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 품목 보면 무 62.5%, 호박 42.9%, 오이 가격 27.6% 상승이어서 여전히 물가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위가 꺾이고 나니까 카카오랑 커피 가격 상승이 눈에 띄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를 했더니 12월에 코코아 가격이 연초보다 180% 올랐다고 하거든요. 로부스타 커피 가격도 거의 70% 오른 걸로 나옵니다. 보통 식품업계가 원료를 비축해 두고 쓰기 때문에 식자재 가격이 길게는 한 6개월 정도 뒤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어요. 당분간 앞으로 초콜릿이랑 커피 가격이 오를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홍종호>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관련 연구 결과도 올해 나왔었죠?
◇ 최서윤> 맞습니다. 기후플레이션이 워낙 물가를 위협하다 보니까 물가 신경 쓰는 한국은행에서도 관련 보고서를 내서 반향을 불러일으켰어요.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한 달 중 평균 기온이 과거 장기 평균보다 일시적으로라도 한 달만, 한 1도만 상승을 해도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3%p 높아진다고 하고요. 소비자 물가 상승 지수 상승률도 0.07%p 높아진다고 봤고요. 소비자 물가 상방 압력이 한 1년 이상 지속되는 걸로 나왔습니다. 근데 올여름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9도 높았잖아요. 아직까지도 물가 상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홍종호> 우리나라만이 아니고 전 세계 금융 경제 기관들, 중앙은행들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일어날 기후 발 식량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계속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결국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미리 대응이 꼭 필요하다는 걸 강조를 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 뉴스 가볼까요?
◇ 최서윤> 네. 두 번째 뉴스는요.
아시아 최초 기후 소송 헌법 불합치 판결.올해 4월이랑 5월 두 차례 공개 변론했 8월에 결론이 나온 기후 소송. 기후변화를 방치하는 정부의 책임을 지적한 아시아 최초의 판결이라서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려고 만든 탄소중립 기본법, 8조 1항에서 내용이 이렇게 나와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한다. 이렇게 재정 공표를 해서 실제로 우리는 대통령령으로 이거를 40%로 정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됩니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뤄야 되는데 목표치가 2030년까지만 나와 있어요.
◇ 최서윤> 그래서 2031년부터 2049년에 감축 목표를 비워둔 점이 국가가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과소 보호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 헌재가 인정을 한 겁니다. 헌재는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면서 미래의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거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이번 결정에 따라서 우리가 2026년 2월 28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을 해야 됩니다. 그러려면 2031년부터 2049년 사이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돼요. 그 과정에서 2030년까지의 목표도 조금 더 높아질 수도 있고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침 우리가 파리 협정 당사국으로서 2035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신년 2월까지 제출을 해야 됩니다. 이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굉장히 시급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홍종호> 어쨌든 어린아이들 또 청소년들이 주도한 아시아 최초의 기후 소송이고 이것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반대로 보면 그만큼 우리 기성세대가 정치권이 기후 문제에 대해서 2049년까지 목표도 안 세워놓고 상당히 방기했다.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 번째 올해의 뉴스 가볼까요?
◇ 최서윤> 네.
석탄 화력 발전의 시대 저물다.영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 랫클리프 온소어 발전소, 9월 30일에 가동을 종료한 소식입니다. 영국이 증기기관 개발에 이은 산업혁명의 시작점이잖아요. 세계 최초 석탄 화력발전소 홀본 바이덕트 발전소도 1882년에 런던에서 처음 가동을 했는데 요. 142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사건이었습니다.
G20 중에 처음으로 석탄 화력 제로를 실현한 거고요. 그래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로 목표를 하고 중장기적인 과제를 계속 추진해 온 거예요. 탈석탄만 한 게 아니라 전력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굉장히 높였어요. 올해 상반기에 50% 이상까지 증가해서 석탄 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수가 있었던 겁니다.
◇ 최서윤> 원래는 발전소 폐쇄 목표 시점이 2025년이었는데 재생에너지 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1년 더 앞당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희 프로그램에서 이 소식 처음에 정할 때 정권 변화 같은 부침에 흔들리지 않고 국가 중장기적인 목표를 수행해 온 점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현재 우리나라 국정 시스템들이 시험대에 들어 있어요. 그 때문에 2035년 국가 기후 감축 목표 제출과 함께 이 부분에 대해서도 기후 목표나 정책 과제 추진에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힘이 굉장히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홍종호> 저도 새해에는 우리나라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되고 재생에너지도 계획보다 더 많이 확대됐다. 이런 낭보를 들을 수 있는 해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네 번째 소식이요.
◇ 최서윤> 네.
재생에너지 시대의 도래. 한국 사정은요?
석탄 화력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근데 여기에 맞물려서 재생에너지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거 잊지 말아야 될 것 같아요.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계속 측정하고 있는 국제에너지기구 IEA 보고서는 2030년이 되면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7000TWh 정도 될 거로 예측합니다. 2023년 발전량 대비 한 90% 가까이 증가하는 거고요. 미국과 중국의 전력 수요를 다 충족시킬 수 있는 양이라고 해요.
지금 태양광이랑 풍력이 수력 발전량을 능가했는데 내년에는 전체 재생에너지 기반 발전량이 석탄 화력의 발전량을 추월할 걸로 예측했고요. 2026년이 되면 풍력과 태양 에너지 발전량이 원자력을 넘어서는 원년이 될 걸로 IEA는 보고 있습니다.
◇ 최서윤> 이렇게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나왔어요. 그래서 미국 에너지 경제 재무분석 연구소에서 보고서를 낸 걸 하나 찾아봤는데요. 우리나라가 전체 전력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한 9.64%에 불과하다고 하거든요. 세계 평균은 30.25%고요. OECD 평균 33.49%, 아시아 국가들 평균 26.73%예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면서 웬만한 순위에서는 평균보다 항상 거의 위에 위치를 했는데 한참 뒤처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 보고서를 작성한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가 한국이 다른 선진국의 재생에너지 비중 한 30% 달성한 거랑 비교를 하면 15년 정도 뒤처진 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 홍종호> 저도 이런 통계 수치를 볼 때마다 굉장히 뼈아프게 느끼게 되는데요. 특별히 우리나라가 전력 믹스에 있어서 너무나 선진국의 일반적인 흐름과는 달리 가고 있다는 것이 참 마음이 아프고요. 10년 후인 2035년이 되면 태양광이 모든 발전원 중에 가장 많은 전력을 공급하는 세계 1위로 등극한다. 이런 식의 예측이 지금 나오는 마당이기 때문에요. 빨리 대한민국도 모든 경제 주체 또 정치권을 포함해서 정부가 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져야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뉴스 한번 가볼까요?
◇ 최서윤> 네. 마지막 소식입니다.
기후 회의론자 트럼프의 귀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을 꼽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변화의 현대적인 담론, 그러니까 기후변화라는 게 인간의 행위로 인해서 초래됐다는 이 전제부터 부정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시련이 있지 않을까 예측되고 있어요.
일단 취임 직후 파리 협정 탈퇴는 기정사실로 보이고요. 이보다 조금 더 파괴적인 정책까지 나올 수 있다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후로운 경제 생활'을 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 그리고 시민들도 준비해야 될 게 되게 많아 보입니다.
◆ 홍종호> 우리나라가 미국의 정치권만큼 기후 문제에 대해서 완전히 양극화의 모습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도 기후 경제 이슈가 상당히 정쟁화돼 있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기후 이슈는 우리의 생존과 발전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것을 자신의 당리당략적인 식으로만 접근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저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요. 우리 유권자들께서 또 기업들도 간절히 바라는 이슈이기 때문에요. 기후 문제를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어떤 정책을 펴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이로운가를 정말 심사숙고해야 하는 새해가 아닌가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 최서윤> 또 기억에 남는 뉴스가 있으실까요?
◆ 홍종호> 글쎄요. 제가 비교적 낙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2024년 올해 기후 관련돼서는 긍정적인 뉴스는 참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가 지난주에 저희 대학교에 지역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 50명 정도가 선생님들과 함께 방문을 했어요. 기후 경제 이슈로 강의를 듣고 싶다고 해서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정말 맑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는데 학생들의 간절함이 보였습니다.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를 우리가 더 좋게 희망차게 만들어 줘야 하겠다. 다시 한번 저도 새해에 힘내야 되겠다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