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황진환 기자금융감독원인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나선 가운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부채가 침체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전체 부채 규모는 8조 5201억원이다.
규모별로는 리스부채가 3조 8501억원으로 가장 크다. 이어 메리츠금융그룹과 은행에 각각 1조 2천억원과 1106억원 등 1조 3015억원의 일반대출, RCPS(전환상환우선주) 1조 655억원 등 순이다.
리스부채 규모가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을 매각 후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Sale&Leaseback)'와 관련 있다. 이는 MBK가 LBO(차입매수) 방식을 활용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자금 6조원 가운데 2조 7천억원을 LBO 방식으로 조달했다. 즉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홈플러스 인수 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이 대출금은 상당 부분 자산을 매각해 상환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각한 부동산을 다시 임대해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대출의 성격이라는 지적이다.
하나증권 김상만 연구원은 "홈플러스 부채구조는 외견상 단순해 보이지만 리스부채를 감안할 경우 금융채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구성은 보다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면서 "간접금융채무 비중이 확대된 상황은 앞으로 기업회생과정에서 수반하게 될 채무조정 과정이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가 부동산 신탁회사와 맺은 신탁계약의 수익증권을 담보로 선순위 대출 1조 2천억원을 집행했다. 메리츠금융은 담보가치가 5조원 규모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다. 2022년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강원중도개발공사(GJC) 회생 신청 계획 발언이 촉발한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분위기가 경색됐기 때문이다.
황진환 기자여기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보유한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현금화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나증권 김 연구원은 "임차부동산과 관련된 노출도는 시간이 갈수록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금융시장의 피로도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홈플러스가 쏴 올린 이슈는 결정적인 한방이 없다고 치더라도 계속 날아오는 작은 조약돌처럼 지속적으로 시장 참가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민연금도 투자 손실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공동투자자 자금과 우선주 펀드 7천억원을 포함해 약 3조 2천억원을 펀드로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RCPS(전환상환우선주) 5826억원, 보통주 295억원 등 모두 6121억원을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이 가운데 3131억원을 회수했다.
하지만 미지급 이자 누적으로 현재 RCPS 잔액이 1조원 수준인 만큼 현재 국민연금 보유분은 8868억원으로 추산된다. 유진투자증권 대체투자분석팀은 "홈플러스가 보유한 채무의 변제 조차도 불확실한 상황이므로 그보다 후순위인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MBK가 이 같은 레버리지 전략으로 인수‧운영한 홈플러스의 위기가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 둔화와 부동산 및 소비 위축 등 내수 침체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은 아니겠지만, 스트레스를 가중하는 사건이 될 것"이라며 "MBK 김병주 회장 사재 출연이 의미 있는 규모가 아니라면, 홈플러스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부동산 매각이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와 네파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IRR(내부수익률) 15% 이상으로 추정된다"면서 "사모펀드는 돈을 벌고, 금전적‧사회적 손실은 국민이 입는 상황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금감원은 함용원 부원장이 총괄하는 별도의 팀을 꾸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MBK 검사에 착수했다. 홈플러스 인수 및 회생절차 신청 전후 과정 전반을 들여다 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