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외이사 등을 상대로 단 1시간짜리 사전설명회를 개최한 직후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단독]한화에어로, 3.6조 유상증자 직전 '1시간' 설명회 개최) 적정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엔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유상증자는 승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한화에어로가 현금성 자산 대부분을 그룹 김동관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지분 매입에 사용한지 한 달여 만에 역대급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달 전 보유 현금 털어 쓴 한화에어로 "유상증자는 최선의 선택"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전례 없는 3조 6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둘러싼 비판에 대해 연일 해명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의 자금 조달 방법은 보유 현금 활용부터 금융권 차입, 회사채 발행, 증자 등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이 중 유상증자는 단기적으로 기존 주주들의 보유한 주식 가치를 희석해 직·간접적인 손실을 끼친다고 평가 받는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한화에어로 손재일 대표는 전날 주주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데 단기간 부채 비율이 급등하면 재무 구조가 악화돼 경쟁 입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다"며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유상증자 한 달 전 이뤄진 한화오션 지분 매입을 감안하면 "유상증자가 최선의 자금조달 방안이었다"는 한화에어로의 설명에 고개를 갸웃 거리는 반응이 다수다.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10일 보유하고 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1조3750억원,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대부분(1조3천억원)을 써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명분은 '방산 및 조선·해양 시너지'였다. 이에 한화에어로가 보유한 한화오션 보유 지분율은 연결기준 기존 34.7%에서 42.0%로 늘게 됐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방안은 하루 이틀 논의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고 1조 3천억원을 쓸 때 이후 회사가 필요한 자금과 그 조달에 보유 현금을 쓸지 등이 고려됐다고 봐야 한다"며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전에도 이미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었고, 계열사 지분은 일종의 우호 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조원의 영업이익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게 될 경우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 현금 1조3천억원을 쓰고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나섰고, 왜 그 시점에 지출했어야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주주들이 반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지분과 바꾼 현금은 총수 일가 지배 회사로
시장 일각에선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연이은 대규모 유상증자의 배경엔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현금 흐름을 보면 한화에어로의 현금이 김동관 부회장 등 그룹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로부터 지분을 인수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 등 그룹 삼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회사이고,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총수 일가 회사로 분류된다.
지배구조분야 전문가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유상증자 자체는 자금을 조달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인데 문제는 한 달 전 회사가 갖고 있던 현금을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회사가 보유한 주식과 맞교환하고 유상증자가 이뤄졌다는 점"이라며 "이건 일종의 사익편취"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 측은 "앞선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이번 유상증자는 별개의 경영으로 사업상 필요성에 근거해 진행되는 독립적인 거래"라며 "한화오션 지분 인수 후 한화에어로 주가가 급상승하는 등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 유상증자가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포석으로 해석되는 것과 관련해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는 미래를 위한 경영상의 판단"이라며 "이와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