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 외교안보실장(자료사진)
NLL 포기 논란으로 국론 분열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前) 정권도 아니고 그 이전 정권의 일로 정치권이 정면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처리돼야 할 법안들이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제대로 논의조자 되지 못하고 회기를 넘길 처지에 놓였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 목표중 하나인 '국민통합'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실제로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과 녹음테이프를 공개하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또다시 '열람'이냐, '공개'냐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야당 내부에서도 공개 여부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이참에 논란을 종식시키자는 의견도 있지만 국가기록물 관리의 중요성과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제를 풀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당시 회담을 준비하고 관여했던 관계자 가운데 현 정부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이 입을 여는 것이다. 참여정부와 현 정부를 동시에 경험한 만큼 누구보다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대북관련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는 국방장관과 외교안보수석으로 활동하더니 정권이 바뀌어 각각 외교안보실장과 외교부장관이 됐다고 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수습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그 내용은 김장수 실장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왜냐면 김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정상회담 때 국방장관으로서 직접 참여했다. 이 분이 10·4선언 후 서울에 와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10·4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NLL은 지킨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ㅣ.
앞서 문재인 의원도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그와 같은 회담 전후 논의에는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과 김관진 합참의장, 윤병세 외교안보수석 등 지금 박근혜 정부의 인사들도 참여했다. 특히 윤 수석은 회담 준비자료를 총괄했고, 김 장관은 노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정상회담에서 NLL을 고수한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 안보의 핵심은 '국익'이다.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도 국익 때문이고, 외교를 강조하는 것도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NLL을 포기했었다'고 주장한다면 서해 영토 문제와 관련,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또 정상회담 대화록을 죄다 공개하는 것도 향후 정상외교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