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송전철탑 고공농성'을 푼다.
농성을 시작한지 296일 만이다.
비정규직회는 7일 농성 해제에 대한 논의를 벌인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주차장의 송전철탑에서 고공 농성 중인 두 노동자의 결정이 컸다.
비정규직 출신 근로자 최병승 씨와 천의봉 지회 사무국장.
두 사람이 송전철탑 위로 올라간 것은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9시.
최고 높이 50 m 송전철탑의 23 m 지점 난간에 천막을 설치하면서, 농성은 시작됐다.
이들은 당초 송전철탑 17 m와 23 m에 지점에서 각각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농성이 장기화 되면서, 25 m 높이에 새로운 농성장을 마련했다.
철탑에 첫 발을 올리던 이들의 머리 속에는 단 한 가지.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이들이 농성을 벌이던 중, 회사 측은 '사내하청 근로자 3,500명의 신규 채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원하는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에 절반 수준이어서, 회사와의 대립각은 좁혀지지 않았다.
사태해결을 위해 특별교섭이 이뤄지기도 했다.
교섭에는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정규직 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와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등 5곳이 참여했다.
회사 측은 일부를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을, 비정규직 노조는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고수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사이, 회사는 신규채용을 강행했다.
지난해부터 8월 현재까지 모두 1,000명 이상을 채용하면서, 골은 더 깊어졌다.
깊어진 골 만큼,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현대차와 한국전력공사가 명촌주차장 주변 불법 시설물 철거와 송전철탑에 대한 점유를 풀 것을 요구하며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을 이를 받아들였고, 수 차례 강제 철거 집행이 진행됐다.
이에 대해 노조 조합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집행은 무산됐다.
희망버스도 송전철탑을 찾았다.
지난달 20일에는 현대차 희망버스 집회 도중 참가자들과 회사 측 관리자들이 충돌해,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300여일 간의 농성으로 두 사람의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현대차 불법 파견에 대한 투쟁을 이어 나가기 위해 힘이 남아 있을 때 내려간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등은 8일 오후 1시 송전철탑을 내려와 기자회견을 갖는다.
두 사람은 이미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가 끝나는 대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송전철탑 고공농성 해제에 대해 현대차는 "다행이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 측은 "폭력시위 등으로 중단된 특별협의가 진지한 논의와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