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갓 태어난 남동생을 죽이려고 바닥에 엎어놨습니다. 어머니가 못 먹어서 젖도 안 나오는데 어떻게 키우느냐는 이유였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30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공청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탈북여성 조진혜(26)씨는 숨진 막내 동생 이야기를 하면서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4번이나 붙잡혀 강제북송 당한 끝에 미국에 정착한 조 씨는 아버지는 감옥에서 목숨을 잃고, 언니는 중국으로 식량을 구하러 갔다가 인신매매를 당했고, 두 남동생은 굶어서 죽었다면서 처참한 북한의 실상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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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게 놔두자는 할머니에 맞서 어머니가 막내 동생을 넘겨받았고, 이후 식량을 찾아 중국으로 떠난 언니를 찾으러 떠난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이 동생을 돌봤지만 결국 굶어죽고 말았다며 그는 흐느꼈다.
그러면서 다른 남동생도 길거리에서 꽃제비로 방황하다가 굶어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왜 병원에 가지 않았느냐'는 마이클 커비 COI 위원장의 질문에 "신발도 없었고 밥을 못 먹어서 걸어갈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4차례 강제북송을 당했을 때 북한 보위부 요원들로부터 받은 잔혹한 고문도 고발했다.
그는 "뺨을 때리는 건 기본이고 공을 차듯이 마구잡이로 차고, 머리채를 붙잡고 벽에 머리를 찧기도 했다"면서 "구둣발로 발등과 종아리를 짓밟고, 계란 수십개를 삶아 머리의 같은 부분을 내려쳐 깼다"고 말했다.
자신과 함께 고문을 받았던 한 남성은 비닐봉투가 머리에 씌어진 상태에서 거의 숨을 못 쉬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조 씨는 북한이 탈북자들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격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사람 두사람이 이런 증언을 한다면 거짓일 수 있지만 한국, 일본, 영국, 미국의 3만명이나 되는 탈북자들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면서 "학교를 못 다녔다거나 인신매매를 당해서 성노리가 됐다는 것을 말하는 게 얼마나 창피한 것인지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사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아버지와 할머니, 언니와 남동생들 제 앞에 세워놓지 못하면 우리가 하는 말을 거짓말이라 할 자격이 없다"고 외쳤다.
그는 또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은 (탈북자에 대한) 차별도 많고 살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고, 노무현 정부 당시 햇볕정책을 했는데 북한과 친하게 지낸다는 게 싫었다"면서 "또 미국에서 40세가 넘는 아주머니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말을 들은 것도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씨는 마무리 발언을 자청한 뒤 "북한으로 약이나 식량을 보내면 핵을 만드는 데 이용하고, 약은 다른나라로 팔기도 한다"면서 "그렇게 도와주는 것은 북한(정권)만 도와주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또다른 탈북여성은 자신이 북한에서 고등학교 수학교사를 할만큼 '성분'이 높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한번도 식량사정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중년 여성은 현재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북한 주민들은 종교에 대한 개념이 없고, 김일성을 곧 하느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전 당시 미국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주민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했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과 탈북자 신동혁 씨 등이 참석했으나 일반 청중은 100여명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3월 제2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한 북한 인권결의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는 앞서 지난 8월 서울과 일본 도쿄(東京)에 이어 지난 23일 영국 런던에서 북한 인권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오는 31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등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불러 2차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