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회장이 25일 열린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회장이 최근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대미 투자 압박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수출 주도 모델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서울 중구 소재 대한상의에서 진행된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대미 투자가 강조되면서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가 우려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는 질의에 "기존의 국내 비즈니스 모델이 여러 각도로 챌린지(도전)를 받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31조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면서 미국 내 완성차 생산 물량을 대폭 늘리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다. 미국 현지 생산 증가로 국내 생산 기반 약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70년대부터 발전해 지금까지 이어 온 제조업 모델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라며 "통상의 압력이 오고 제조업 경쟁력도 과거만큼 썩 좋은 편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주요 산업으로) 제조업을 유지하기는 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수출 주도의 제조업 모델은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첫번째 목표는 AI를 어떻게 제조업에 도입해 남보다 더 좋은 물건과 제조 능력을 갖출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이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공장을 해외에 세우던 국내에 세우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능력을 갖춰야 제조업 공동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국내 AI 기술력이 전세계 10위 밖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 AI 기술의 경우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내재하고 있지 않다"라며 "우리가 이를 장착하지 않을 경우 외국 기술에 종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또 최근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향후 3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연합뉴스그는 미국 내 학계의 견해를 빌려 "(관세전쟁) 헤게모니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3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미국 학계에서 얘기한다"며 "미중이 화해 분위기로 갈 수 있고 반대로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을) 촉발하는 상황이지만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다시 말해 과거의 WTO 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고민은 바뀌지 않는 이 지정학적 문제가 바뀌기를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지의 문제"라며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의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의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리스크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는 언노운(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최 회장은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라며 "뭔가 보이면 대응을 하고 액션을 하는데 불확실성이 많아지면 비용을 들여 결단을 내려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에 다 맡기거나 정부가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원팀(One team)이 필요하다"며 "미국도 정부와 기업이 뭉쳐서 대응하고 있다. 단순히 '이벤트성 원팀'이 아니라 '원바디(One body)' 같은 원팀이 필요하고 새 경제모델이 필요하고 새로운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주 52시간제'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출근을 하는데 버스만 타라고 하면 어떻게 느끼겠나"라고 반문하며 "출근을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의에 늦거나 교통이 막혀 택시를 타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비유했다.
이어 "법을 만들 때는 좋은 취지로 만들지만 취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라며 "규제가 필요할 때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규제가 과하면 창의성을 제한하고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