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단을 모두 뒤집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최은정·이예슬·정재오 부장판사)는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이 대표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및 백현동 관련 발언 모두가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무죄로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된 이 대표는 선고 직후 재판부를 향해 90도 인사를 했고, 법정 밖 지지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항소심 "김문기·백현동 발언 모두 '무죄'"
선거법 위반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여러 방송에 나와 김 전 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는 몰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이다.
또 이 대표가 같은 해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4단계 용도지역 변경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도 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일 열린 2심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①'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 ②'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기소 이후 김문기를 알았다' ③'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 등 세 갈래로 나눠 허위 사실 여부를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골프 발언'에 대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며 1심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이재명 대표가 2021년 12월 29일 채널A방송에 나와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이 대표는 2021년 12월 29일 채널A방송에 나와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말했다.
앞서 1심은 해당 발언이 김 전 처장과 해외 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봤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던 당시 이 대표가 대장동 실무자였던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끊어내기 위해 고의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검사의 주장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어도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면, 다른 합리적 해석 없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해석만 하는 것은 '의심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하라'는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해당 발언이 해외 출장 기간 중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사실이 아예 없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골프 발언' 두고 2심 "골프의 '골'자도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종민 기자2심 재판부는 이 대표 측이 주장한 '골프 사진 조작'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함께 친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내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검찰은 2021년 12월 24일 CBS에 나와 한 발언도 '골프를 치지 않았다'로 판단해 기소했다. 이 대표는 해당 방송 인터뷰에서 '호주 여행을 11일이나 같이 갔는데 어떻게 김씨를 모를 수가 있냐는 논란이 있다'는 진행자 질문에 "하위 직원이라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은 오히려 '김문기 몰랐다'의 공소사실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골프의 '골'자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넓게 해석하고 확장해 해석한다 하더라도 골프를 안 쳤다는 취지로 거짓말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봤다. 혹여 공소사실에 맞게 판단하더라도 '인식'에 대한 부분으로 '행위'가 아닌 탓에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문기 관련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검사가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한 4차례의 방송 발언은 모두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후보자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라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백현동 발언 "과장일 수 있지만 허위로 볼 수 없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모두 유죄로 판단했던 두 번째 쟁점인 '백현동 발언'도 무죄로 뒤집었다.
혁신도시법 43조 6항을 보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시관리계획 반경 및 반영을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지자체장으로서 해당 의무조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직무유기 등을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해서 이 대표가 용도 변경을 했다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앞서 1심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부 요구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이 대표 스스로 검토해 백현동 용도를 변경했고, 그 과정에서 이 대표나 당시 성남시 공무원들이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대표가 당선을 목적으로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한 바 다.
하지만 2심은 "이 사건 백현동 발언은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해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협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이 대표 측 발언을 두고도 재판부는 "검사가 채택한 증거만으로는 임의로 용도변경을 검토하고 변경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부분도 허위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공공기관 용도 변경과 관련해 다각도로 압박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있다"며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도 받았다' 발언은 당시 상당한 압박감을 과장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허위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