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요르단전, 1-1 무승부. 연합뉴스월드컵 본선 진출 조기 확정을 노렸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8차전에서 요르단과 1-1로 비겼다.
한국은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하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완전히 꼬였다. 지난 20일 오만과의 홈 7차전에서 1-1로 비긴 데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승리를 놓쳤다.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과의 원정 6차전부터 3경기 연속 1-1 무승부에 그쳤다.
4승4무 승점 16을 쌓은 한국은 1위를 유지했지만 본선행 조기 확정에 실패했다. 2위 요르단(승점 13), 3위 이라크(승점 12)와의 격차를 벌리지 못해 본선행 도전을 9~10차전까지 이어가게 됐다.
뒤를 바짝 쫓던 이라크도 미끄러져 요르단전 무승부가 더 아쉽다. 이라크는 26일 8차전에서 팔레스타인에 1-2 역전패를 당했다.
한국이 요르단을 상대로 승리했다면 이라크의 패배와 함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는 상황이었다. 요르단, 이라크와의 격차를 승점 6으로 벌려 최소 2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3차 예선에선 각 조 1~2위에 북중미 직행 티켓이 주어지고, 3~4위는 4차 예선을 치러 본선 진출에 재도전한다.
여전히 본선 직행 가능성은 높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오는 6월 5일 열릴 이라크와의 원정 9차전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여기서 패하면 이라크와의 격차는 승점 1로 바짝 좁혀져 본선행 가능성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한국은 6월 10일 쿠웨이트와의 홈 최종 10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본선행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아쉬움에 고개 떨군 손흥민. 연합뉴스홈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탓이 크다. 홈에서 펼쳐진 2연전인 만큼 본선행 조기 확정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홍명보 호는 오히려 홈에서 성적이 좋지 않다. 지난 8경기 중 홈에서 치른 4경기에서 1승3무에 그쳤다.
홍 감독은 "반대로 원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홈에서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는데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에서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뭐라고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겠다. 뭔가 선수들이 홈 경기에 부담을 많이 갖는 것 같다"면서 "분위기 자체도 집중할 수 없는 것이 조금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확히 무엇 때문이라 하기는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유럽에서 와서 컨디션 측면이나, 준비 과정에 어려움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전체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A매치 2연전에서는 '잔디 문제'가 위험 요소로 작용했다. '한국 축구의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 탓에 고양종합운동장과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요르단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다. 하지만 오만전을 치른 고양종합운동장은 잔디 상태는 열악했고, 공교롭게도 이 장소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백승호(버밍엄시티)가 부상을 입는 악재를 맞았다.
백승호는 부상의 원인에 대해 "잔디 탓이라고 하긴 힘들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다"면서도 "처음 운동할 때부터 딱딱하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골잡이 주민규(대전)도 "잔디 상태가 좋다고 말하진 못할 것 같다. 좀 들리고 이런 부분이 있었다"면서 "부상이 나올 상황이 아니라 아쉬움이 들었다"라고 지적했다.
카드 섹션 응원하는 붉은 악마. 연합뉴스이날 '캡틴' 손흥민(토트넘) 역시 "원정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잔디 문제'를 지적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홈에서 가장 좋은 환경에서 경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개선이 안 되는 것도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신경을 더 써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면서 "핑계로 들리실 수 있지만, 축구는 정말 작은 디테일로도 승부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잔디가 변수로 작용했지만 핑계거리가 될 수는 없다. 두 경기 모두 만원 관중이 운집해 일방적인 응원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경기장에서는 4만 관중이 참여한 카드섹션 이벤트가 펼쳐졌다. A매치 카드섹션은 2022년 6월 이집트전 이후 3년 만이다. 주눅 들어야 하는 건 오히려 상대였어야 했다.
홍 감독은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은 죄송하다. 특히 홈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도 당연히 미안하다"며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