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22일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사 사옥에 수색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 대대적으로 강제 진입한 것은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의 강제 진입에 앞서 법원은 "수색의 상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체포영장이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경찰의 해명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위법성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6일 경찰이 신청한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색의 상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이 철도노조 간부 9명을 체포하기 위해 5천 500여명을 투입해 물의를 일으킨 강제 진입 사건에 앞서 법원이 압수수색을 불허한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은 수색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경찰은 1층부터 옥상까지 샅샅이 수색했다"며 "법원의 판단을 어긴 것으로 볼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공권력 남용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해 "우리는 이미 체포영장이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은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법원이 결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포영장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체포영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 것은 영장없이 강제진입할 경우 위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판례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특정지역의 수색이 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7년 9월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주거 및 사무실의 평온을 유지하고 온건한 방법으로 필요 최소한도로 압수.수색 해야한다"는 서울고등법원의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경찰이 살해 미수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피의자 처형의 집에 찾아갔을 때, 이를 강도로 오인한 원고(피의자의 처형)가 도망가다가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데 대해 국가가 배상하도록 확정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더 나아가, 경찰공무원이 공권력을 행사할 때는 국민에 대한 손해 발생을 방지하고, 국민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것도 위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검찰청의 압수수색에 관한 기본지침을 보더라도 평온을 유지하면서 수색을 최소한으로 해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찾아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