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2 폭격기. 자료사진
북한이 6일 이산가족 상봉 회담날 핵폭격기가 동원된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을 문제삼아 이산가족 상봉 취소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군 당국은 이날 훈련이 이미 계획된 훈련으로, 이산가족 상봉과는 무관하다면서 향후 예고된 한미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판문점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상봉과 관련한 합의를 이룩해 나가는 그 시각에는 괌도에서 끌어들인 미국의 'B-52' 핵전략폭격기 편대들이 조선 서해 직도상공에서 하루종일 우리를 겨냥한 핵타격연습에 돌아치게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족을 공갈하고 위협하는 미국의 핵전략폭격기편대가 하늘에서 떠돌고 그 아래에서 신뢰를 쌓는다고 벌리는 연극을 그대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 취소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CBS의 확인결과 미군의 핵전략폭격기 B-52가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이 열린 5일 오후 서해상에 위치한 직도사격장에서 폭격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의 한 소식통은 "B-52 1대가 군산 앞바다 인근의 직도사격장에서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 당일 훈련 일정이 잡힌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대상자들에게 상봉 의사를 재확인 하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한 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를 찾은 이근명(93) 할아버지가 상봉 가능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또 다른 소식통은 "이번 훈련은 공개된 훈련이 아닌 비공개 훈련"이라며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과 무관하게 훈련 일정이 잡혀 있었던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직도사격장은 우리 해.공군이 관리하는 사격장으로 이번 훈련은 한미간 조율에 의해 실시된 훈련으로 보인다.
다만,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B-52는 미군 자산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훈련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다.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도 공식 답변 자료를 통해 "특정 임무들에 대한 작전적 세부사항은 논의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다만 "십년이상 지속적으로 태평양지역에 전략 폭격기를 순환 출격시켜왔다"면서 B-52 출격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B-52는 최대 27t의 폭탄을 싣고 6천400㎞ 이상의 거리를 날아가 폭격한 후 돌아올 수 있는 핵전략폭격기로 사거리 200~3000㎞의 공대지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B-52는 핵 추진 잠수함과 함께 한반도에 출격할 때마다 북한을 긴장 속에 몰아넣는 미군의 전략무기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 남북 화해무드 조성을 위해 이번에 열리는 키 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 때 B-52를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실무회담이 열리며 오랜 숙원이었던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았던 이날 B-52를 동원해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북한을 자극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국방부는 북한의 한미군사훈련 중단 요구를 거부했다. 김 대변인은 "키 리졸브 연습와 독수리 훈련은 연례적이고 한반도 방위를 위한 방어성격의 훈련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휘소(CPX) 훈련으로 가상 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은 이달 말 시작돼 약 2주간 실시되며, 실제 한미 전력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실기동훈련(FTX)인 독수리 연습은 3월 초에 본격화해 4월 중하순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북한이 이들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를 빌미로 다시한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 취소를 거론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6일 국방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통일.외교.국방 분야 업무보고가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는 올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본격 가동으로 통일기반 구축을 실현하자고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