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일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광우병'' 논란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라고 몰아붙였지만, 불과 9개월전 야당 시절엔 같은 주장들을 근거로 ''수입 금지''를 강력 촉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나라당은 ''한국인의 광우병 발병률이 95%''라는 지적을 ''광우병 괴담''으로 비하하며 "근거를 대라"고 역공을 벌였지만, 정작 ''괴담''의 근거 역시 한나라당인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일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지나친 광우병 공포감 조성이 인터넷과 공중파 방송을 통해 퍼지고 있다"며 "과장되게 확대 재생산해 국민에 공포심을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광우병이 확산된다는 선동에 가까운 주장은 국민을 정신적 공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원내대표가 지적한 ''선동''은 정확히 9개월 전인 지난해 8월 한나라당에서 ''촉발''됐다.
당시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국시장을 가볍게 보는 미국업계의 안일함과 우리 당국의 무성의가 빚어낸 결과"(8월 2일 주요당직자회의)라며 즉각 성토했다.
지금은 전면 개방된 뼛조각이 당시 일부 수입 쇠고기에서 발견되자, 참여정부를 질타하고 나선 것.
이주영 의장은 "농림부는 더이상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라"며 "검역중단 등의 미온적 조치가 아닌, 금수 조치를 바로 내려야 한다"며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 의장은 특히 "아무리 한미FTA가 중요해도 국민 생명이 걸려있는 문제를 볼모로 무작정 한미FTA를 체결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여성위원장이던 박순자 의원 역시 "유통중인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한심한 발언 때문에 국민들은 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랬던 한나라당은 9개월뒤인 2일, 정반대의 논리를 들어 ''광우병 논란'' 진화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광우병 괴담은 ''비오는 날 벼락 맞을 수 있으니 외출하지 말라''는 황당무계한 말과 같다"면서 "쇠고기 수입 반대로 반미와 반정부, 반이명박 투쟁을 하는 게 아니냐"고 다그쳤다.
심 부대표 논리대로라면, 불과 9개월전 한나라당이 앞장서 ''반미'' ''반정부'' ''반이명박'' 선동과 투쟁을 일삼은 셈이 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특히 이날 민주당 한 의원의 발언을 거론하며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미국인의 광우병 발병률은 35%, 한국인은 95%라고 했는데 근거가 뭐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광우병 괴담''으로 몰아붙인 이 주장의 근거 역시 9개월전 한나라당이 가장 먼저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BestNocut_R]당시 제4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석준 의원은 논평을 통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뼈조각이 발견된 소가 광우병이 걸린 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광우병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은 해당 위험물질이 완전히 안전하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논평에 첨부한 자료에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인이나 영국인에 비해 높을 수 있다"는 한 일간지 보도를 인용했다.
한림대 의대팀이 ''프리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94.33%가 메티오닌-메티오닌, 영미인은 약 40%라는 내용으로, 안상수 원내대표가 대라고 추궁한 바로 그 ''근거''다.
결국 최근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는 광우병 관련 의혹들은 9개월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고스란히 제기했던 것들로 드러났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일 "2003년 광우병이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미국을 드나들었던 5백만명의 한국인이 먹고온 스테이크와 햄버거는 뭐냐"며 ''광우병 우려는 부질없다''는 입장만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