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노동 변호사 권영국이 '거리의 변호사'가 된 사연과 정치에 직접 뛰어든 사연을 담은 책이 나왔다.
<정의를 버리며:="" 용산="" 망루에서="" 대한문="" 화단까지="" 거리의="" 변호사="">는 대담과 에세이·칼럼·강연록으로 구성되었다.
대담 '그는 왜 현장에 있는가'에서는 권영국의 삶과 사건들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이남신 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대담자로 나섰다. 법정에 있어야 할 변호사가 거리에, 현장에 있는 이유, 그리고 정치 참여에 나서게 된 배경을 들어봤다.
이어 '사람들' 장에서는 광산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민주노총 법률원 초대 원장이 되기까지 40년 인생을 뒤돌아보았다. '사건들' 장에서는 민변 노동위원장으로 '거리의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겪은 주요 사건들을 재구성했다. 촛불집회 당시 인권침해 감시단으로 활동하고, 용산 참사 당시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 특히 쌍용차 사건에서는 평택공장 앞과 대한문 화단 앞에서 두 차례나 연행된 사연을 들려준다. 끝으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릴 당시 법정에서 재판관들을 향해 항의한 사건을 다루었다.
대법원이 쌍용차 회계조작 정리해고 사건에서 노동자가 승소한 원심을 깨고 경영상의 재량을 이유로 자본가의 손을 들어주던 날, 그는 '사법 정의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라는 글을 올렸다. 기울어진 운동장(정치적 역관계)을 바꾸지 않는 한, 제도란 기득권 질서를 옹호하는 기제로 작용할 뿐 잘못된 현실을 시정하는 장치가 될 수 없다는 절실한 깨달음이었다.
한달 여 후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있던 날, 그는 법정에서 재판관들을 향해 정면으로 맞섰다. "헌법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입니다.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라고 외치다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나왔다. 거리의 '권변'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특정 세력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정치의 주인이 되는 정치 혁명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나섰다.
권영국 변호사는 9일 제20대 총선 무소속 후보로 경주선거구에 출마했다.
본문 중에서'사법 정의에 대한 미련을 버리며'
오늘로써 나는, 천민자본과 이를 옹호하는 권력의 카르텔이 너무도 강고한 이 땅에서 노동자들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망상을 버리기로 한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에서 보여준 대법원의 판결은, 이 땅의 사법부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권력과 자본, 그들의 주도하는 기득권 질서를 비호하고 정당화하는 제도적 폭력임을 깨닫게 한다.
판결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보겠다는 미련 같은 것이 남아 있다면 이제 털어버리자.(…) 고상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러나 강요된 침묵으로 고요한 법정에서 벌어지는 환상은 오늘로써 충분하다. 세 치 혀로, 서면 공방으로 뭔가 하고 있다는 마약 같은 위로와 환상에서 벗어나야겠다.(…) 오늘로서 나는 사법 정의에 대한 환상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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