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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왕조 재건!" 황태자 윤성환의 책임감과 고독한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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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왕조 재건!" 황태자 윤성환의 책임감과 고독한 분투

    '황태자의 속죄투' 삼성 윤성환이 18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는 모습.(포항=삼성)

     

    고개를 숙였던 '황태자'가 왕조의 부흥을 위해 묵묵하고도 힘찬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갑작스럽게 무너진 왕국의 재건에 대한 책임감과 불미스러운 혐의에 대한 속죄의 심정까지 더해 황태자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삼성 토종 우완 에이스 윤성환(35)이다. 2010년대 최강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분투를 펼치고 있다.

    윤성환은 18일 경북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화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안타 6개와 4사구 3개로 2점만 내줬다. 팀의 13-2 승리를 이끌며 시즌 6승째(1패)를 따냈다.

    7회까지 투구수 93개로 경제적인 피칭을 보였다. 탈삼진 2개가 말하듯 맞춰잡는 데 집중했다. 1회 4점, 4회 5점 등 팀 타선이 넉넉한 지원을 해주면서 마음이 급한 한화 타자들을 유인하는 영민함도 더해졌다.

    개막 시리즈에 나서지 못했지만 벌써 다승 2위로 올라섰다. 1위 더스틴 니퍼트(두산)와는 1승 차이다. 올 시즌 윤성환이 선발 등판한 8경기에서 삼성은 7승1패를 거뒀다. 가히 에이스라 할 만하다.

    ▲'도박 파문 후유증' KS 5연패 무산-올해도 중위권

    사실 윤성환은 지난해 한국시리즈(KS)를 앞두고 불거진 '도박 파문'으로 팀에 빚을 졌다. 해외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임창용(KIA), 안지만 등과 함께 KS 명단에서 빠졌다. 이들의 공백에 삼성은 두산에 우승컵을 내주며 사상 초유의 KS 5연패가 무산됐다.

    후유증은 올 시즌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벌금형을 받은 임창용은 방출돼 KIA에 새 둥지를 틀었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시범경기와 개막 3연전을 뛰지 못했다.

    에이스와 마무리 없이 치른 개막전에서 삼성은 두산에 졌다. 특히 역사적인 새 구장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개장 경기라 더 아쉬움이 남았다. 이후 지난달 3일 삼성이 둘에 대한 출전을 전격 결정하면서 조금 늦게나마 윤성환과 안지만이 합류하긴 했다. 그러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한 삼성은 승률 5할 언저리를 맴돌며 중하위권을 전전했다.

    지난달 3일 두산과 홈 경기에서 1군에 합류한 삼성 윤성환(왼쪽)과 안지만이 인터뷰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이런 가운데 삼성은 선발진이 무너지다시피 한 위기에 처했다. 좌완 차우찬(1승2패)이 지난달 13일 NC전 이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외국인 우완 콜린 벨레스터(3패)도 8일 뒤 1군에서 빠졌다.

    또 다른 외인 앨런 웹스터(2승3패)도 평균자책점(ERA)이 6.36에 이른다. 10년 동안 7번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좌완 장원삼(1승3패)은 ERA가 7.16까지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장필준, 김건한 등 다소 생소한 이름이 선발 투수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윤성환, 차우찬-용병 공백 속 고군분투

    이런 상황에서 윤성환은 삼성 선발진을 지탱해준 최후의 보루였다. 안지만까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사실상 마운드의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심창민, 백정현, 임대한 등 후배 투수들을 이끄는 활약이었다.

    윤성환은 올 시즌 8경기에서 52⅓이닝을 던졌다. 팀내 1위이자 전체 6위다.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면서 불펜에도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냈다. 윤성환과 같은 8경기를 던지고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진 선수는 KIA 듀오 양현종(55⅔이닝)과 헥터 노에시(53⅓이닝)뿐이다.

    자신과 팀의 위기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18일 경기 뒤 윤성환은 일단 "오늘 이기면 팀이 승률 5할(19승19패)에 복귀하는 경기라 꼭 이기고 싶었다"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확연히 달라진 팀 상황을 절감하고 있다. 윤성환은 "팀 전력이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마운드뿐 아니라 박석민(NC), 야마이코 나바로(지바 롯데) 등 주포들이 떠난 팀 타선도 전력 누수가 있었다.

    그런 만큼 책임감도 더 커졌다. 윤성환은 "그동안 선발진이 흔들린 적이 없는데 올해는 최근 몇 년 동안 제일 좋지 않다"면서 "그런 만큼 당연히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목숨 걸고 야구해라" 더 절실해진 에이스

    여기에 도박 혐의로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데 대한 미안함도 있다. 윤성환은 지난달 6일 케이티전 승리 뒤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로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속죄의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구단 관계자는 "류중일 감독님이 윤성환과 안지만에 대해 '이제 목숨을 걸고 야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 윤성환이 이런 점을 깊게 받아들여 더 절실하게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나믿윤믿' 지난 12일 LG와 원정에서 승리한 뒤 삼성 윤성환(왼쪽)과 류중일 감독이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그런 만큼 백의종군의 자세로 뛰고 있다. 윤성환은 시즌 목표에 대해 "(개인적으로) 몇 승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면서 "15승을 하고 싶다는 목표는 지난해(17승) 이루기도 했지만 지금은 팀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승리하면서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자부심과 함께 팀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윤성환은 최근 '승리 보증수표'라는 평가에 대해 "책임감과 자부심을 함께 느낀다"면서 "내가 나가면 이긴다는 것이니까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이어 "차우찬과 새 외국인 선수가 오면 (선발진도 다시) 막강해지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삼성은 전날 퇴출이 결정된 벨레스터의 대체 선수로 아놀드 레온 영입을 발표했다.

    무너진 마운드와 선발진을 외롭게 이끌어왔던 윤성환. 황태자의 어깨에 놓인 짐과 마음의 부담은 더 무거워진 만큼 묵직한 구위로 삼성 왕국의 조용한 재건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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