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단지 죽음을 빈손으로 맞이하는 공수거가 아니라, 남긴 흔적만큼, 곧 아름다운 기억과 생각,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손에 한 줌 쥐고 본향으로 되돌아가는 만수거라 할 수 있다."
평생을 컴퓨터학자로 지낸 노희영 교수가 세 번째 산문집 '아직도 끝나지 않은 허기진 여행'을 출간했다. 나는 왜 사는가? 왜 쓰는가?를 화두로 써내려간 이 책에는 삶의 곳곳에 녹아 있는 하나님의 존재와 기독교인으로서의 믿음과 고민이 담겨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종종 찾아오는 건망증, 전원생활의 빛과 그림자, 가족과 이웃, 친구들의 이야기는 때로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고,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의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사유는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책 속으로용서는 사랑과 맥을 같이 한다. 사랑한다면 모든 허물을 너그럽게 용인해야 되기 때문이다. 용서하는 마음은 미움의 잔재를 벗고, 상대의 아픔을 헤아리고, 자신도 용서에 대한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통감할 때 진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죽음은 너덜너덜하게 해진 자신을 질퍼덕한 세상에 벗어버리고, 영적 자유를 구가하며 영원 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비유된다. 그래서 삶이 끝나지 않은 허기진 여행이라면, 죽음은 생의 끝자락에서 미련 없이 가진 것을 툴툴 털어 세상에 쏟아 붓고 빈손으로 호젓이 떠나는 자유로운 여행이다.
성경에 ‘한 입에서 찬송과 저주가 나온다.’고 했으니, 입에서 나오는 말의 이중성을 두고 경계하는 말이다. 즉 선한 말과 악한 말이 한 입에서 나옴을 의미하지만, 같은 말이라 해도 듣는 귀에 따라 찬양으로 들리기도 하고 저주로 들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
생물학적 죽음에 임박했을 때, 무의식 상태에서 육신의 고통을 감내하며 타의에 의해서라도 생명을 유지하는 것만이 존엄은 아닐 것이다. 육신의 고통과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평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지 싶다. 지금까지의 삶에 감사하며 세상과 아름답게 작별하는 것이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속세를 등지고 초인이 되어 농촌이나 산사에 파묻혀 사는 것만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행복은 아닐 터인데, 사람들은 진작 살아보지 않고 그 생활을 덩달아 꿈꾸고 미화하고 동경을 한다. 사람들 틈에서 서로 부딪고 어울려 사는 것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맛깔스런 최고의 삶인 줄을 참으로 알지 못한 것이다.
사람이나 말에서 뜨거운 만남이 없으면 마음에 감동과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사랑과 환희와 슬픔과 애절함이 그렇듯이 만남을 통해 감동이 느껴질 때 절실함이 생기는 법이다. 절실함 없는 뜨뜻미지근한 만남은 애틋함 없이 형식적으로 반복될 뿐이다.
빈자는 가난한 자가 아니라, 가난할 수 있는 여유로운 자, 곧 나눔을 가질 수 있는 자가 아닐까?
삶이란 한 걸음 더 가기 위해서 잠시 화장을 고치고, 지내온 길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다음 시간 속으로 떠날 채비를 하는 여정과 같고, 비탈진 깔딱 고개를 넘기 위해 자신을 점검하는 휴게소와 같아서 인생이란 마침표가 아니라 필요에 따른 쉼표일 뿐이다.
사랑하는 자, 그는 곧 사랑하는 자를 닮고 그의 말에 따르는 것처럼 감사하는 자 또한 감사하는 마음을 보고 닮아가는 법이다. 때문에 훈련 없이는 어떤 것도 사랑하고 감사할 수 없다. 한결같이 사랑하고 감사하는 훈련만이 마침내 세상을 이기고 선하고 아름답게 살도록 힘을 보태준다.
알고 보면 구속은 자유의 또 다른 표현이다. 마치 파리 시내 어디에서도 보이는 에펠탑을 보지 않으려면 탑 밑으로 들어가야 되는 것처럼 일단 구속 안에 들어가면 더 구속을 받지 않고 선택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희영 지음 | 푸른향기 | 344쪽 | 14,500원
권성민 MBC PD의 첫 번째 에세이 '살아갑니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고여 있는 법 없이 계속해서 움직이며 자기 삶의 오롯한 주체로 오늘을 살아가는 한 청춘의 꿈틀거림을 담고 있다. 숨다, 믿다, 아로새기다, 빚지다, 분노하다 등 생의 역동성을 포착한 동사 서른여섯 개를 주춧돌 삼아 이야기는 흐르고 번지고 퍼져나간다. 이 모든 기록은 결국 ‘살아간다’는 평범하기에 위대한 한 줌의 호흡으로 수렴된다. 우리의 내일은 알 수 없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고, 또 살아갈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책은 그 당연한 사실 속에서 하루하루 일상을 버티어가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응원가이기도 하다.
책 속으로 직업은 그 밥벌이로서의 의미를 가장 존중받아야 한다.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부추기다 보면,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가지는 것이 마치 부끄러운 일인 양 몰아가게 된다.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마치 패배자인 것처럼 박탈감을 선사한다. 연봉이나 사내 복지 등을 우선하는 구직자들이 제일 싫다는 기업 면접관들의 말은 얼마나 오만한가. 착취와 열정페이는 모두 이렇게 ‘노동으로서의 직업’이 소외될 때 나타난다.
직업은 자아실현의 수단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직업이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강조되는 것은 삶에서 일이 너무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법이 규정하는 시간만큼 성실하게 일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가치와 즐거움은 여가 시간에 찾아도 된다. 자아는 거기서도 세울 수 있다.
- <속다 :="" 달콤한="" 영웅의="" 덫=""> 201쪽
지금도 어머니께 감사하는 것은 풀린 눈 남루한 행색에 술 냄새 진득한 그들을 매정한 말로 내쫓지 않았다는 거다. 내쫓지 않았을 뿐 아니라 늘 의자를 내주고, 마실 거리를 내오고, 말동무가 돼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디오가게는 쉼터 같은 분위기가 되어갔다. 피 흘리며 쓰러지는 곳이 우리 가게 문 앞이 되는 일도 잦았다. 아침에 학교 가려고 셔터를 올렸을 때 덜컥 놀라던 가슴도 슬슬 익숙해져갔다.
- <만나다 :="" 웰컴="" 투="" 비디오가게=""> 272쪽
권성민 지음 | 오마이북 | 296쪽 | 14,000원
신간 '새삼스러운 세상'은 동그라미가 새삼스러운 세상 속에서 스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써내려간 솔직한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32만 명의 공감을 얻은 세상을 함께 살고 사랑하며 새삼스레 또 울고 웃는, 평범해서 특별한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평범한 일들과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감정들이지만 함께 나누고 토닥이면 큰 힘이 된다. 동그라미가 우울한 글을 쓰면 같이 우울해하고, 더 울컥하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하는 사람들. 동그라미가 기쁘고 행복한 글을 쓸 때 같이 기뻐하고, 응원하고 더욱 용기를 주는 사람들도 역시 그들이다. 그들에게 동그라미는 멀리 있지 않아서 고마운 사람. 특별하지 않아서 더 찾게 되는 사람이다. 솔직한 마음을 글로 쓰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동그라미의 글이 이들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을 불러다 같이 보고 싶은 명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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