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13, 찬성 126, 반대 53, 기권 34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기자
개헌 관련 핵심인 정부형태를 놓고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과 반대에 서있는 야당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정부형태는 국무총리의 국회 추천·선출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대통령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야당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며 찬성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선출제 수용 불가를 천명했다.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국정의 상당부분을 책임짐은 물론 각료 임명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대통령제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다.
◇ 靑·與 vs 자유한국당, 국무총리 임명권 놓고 공방우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제시한 총리 중심의 국정운영은 분권형 대통령제의 외피를 쓴 내각제"라며 "국민들은 막강한 대통령제를 분권과 협치의 시대정신에 따라 새롭게 제도화하자는 것이지 신뢰도가 낮은 국회 중심의 내각제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당론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 '혼합형 대통령제' 등의 용어가 결국 의원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의미한다고 해석한 청와대의 관점과 궤를 같이 한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지난 16일 "이미 현행 헌법은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과 내각통할권을 부여하고 있어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절충형이라는 것이 다수의견"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총리 선출권이나 추천권을 국회가 갖는다면 의원내각제로 균형추가 옮겨져 3권 분립의 질서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들이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를 원하면서도 '분권형', '혼합형' 등 용어를 이용해 '유사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리의 국회 추천제도 사실상 국회 총리 선출제와 같다는 입장이다. 국회가 올린 법률 하나도 제대로 거부할 수 없는 대통령이 국회가 추천한 국무총리 후보자를 거부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더군다나 국민들이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않은 채 총리 선출과 관련한 권한을 국회로 가져오자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민보다는 국회를 위한 개헌이라고 각을 세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반면 야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해결할 가장 확실한 방안이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선출이라고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를 통해 개헌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겠다"고 밝혔으며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재적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평화당이 당론을 국회의 총리추천으로 정리했고 정의당도 같은 내용의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4개 야당 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두는 방향을 교집합으로 갖게 됐다.
야당은 대통령에게 행정부 통할 뿐 아니라 예산, 인사, 감사, 입법 등 다양한 권한이 집중돼 있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중 행정부 최고수반으로서의 권리인 국무총리 임명과 관련한 권한을 국회에 이양해야 균형과 견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당론없는 한국당…靑.여당 잇달아 압박 카드이같은 충돌은 결국에는 개헌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시행에 대한 중론이 모이는 가운데 한국당만 6월 개헌안 발의 후 개헌투표 별도 실시라는 입장을 내자 이에 발끈한 민주당이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제 포기 불가, 6월 개헌 등의 입장을 못 박은 것은 이같은 내용을 무조건 관철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당론은 이러하니 한국당도 당론을 협상 테이블로 가지고 나오라는 의미"라며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한국당의 당론부재라고 지적했다.
여권은 국민투표가 투표율 50%를 넘어야한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회를 놓치면 사실상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대립이 개헌안 합의가 불발될 경우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 위한 명분 싸움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여론은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끈 한국당에게 책임을 물을 공산이 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3월 정례 조사를 보면, 6월 개헌이 불발되면 한국당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반면 한국당은 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위한 국회의 총리 추천·선출제 문제가 선결되지 않은 채로는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이 오는 21일 안에 당론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은 19일 오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회동해 국회 개헌안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