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체육의 가치, 체육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개혁하겠다. 스포츠의 가치를 국위선양에 두지 않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폭력 및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실상 엘리트 체육의 성적 지상주의와 작별을 선언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단기적으로는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지금과 같은 높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체육계 구조 개혁을 더 이상 미룬다면 폭력과 성폭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엘리트 위주의 선수 육성 시스템의 개선 방안 중 하나로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종환 장관은 "KOC가 통합체육회로부터 분리되지 않아 올림픽 등 엘리트 스포츠에 치중하느라 생활체육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자격으로 올림픽을 비롯한 주요 국제대회 업무와 국가대표팀 관리를 담당해왔다.
만약 대한체육회가 NOC의 지위를 상실할 경우 앞으로 국내대회 개최 및 운영과 생활 체육 업무 위주로 운영된다. 또 정부가 직접적으로 체육회를 관리, 감독할 수 있다. IOC는 정부가 NOC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에도 문체부가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과거에도 체육회와 KOC의 분리 시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체육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하지만 '체육계 미투' 사태가 터진 이후 대한체육회의 자정 능력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체육회와 KOC 분리가 체육계 폭력 및 성폭력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으로 추진될 경우 이를 반대할 명분이 부족해진다.
도종환 장관은 당장 국제대회 성적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엘리트 체육 구조의 개선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종환 장관은 "아무리 국제대회 성적이 좋은 종목이라 하더라도 이번 성폭력 사건처럼 국민의 지탄을 받는 종목에 대해서는 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학생 선수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학교 체육 정상화를 시도하는 등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되찾을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합숙은 세부적인 훈련 계획에 맞춰 최소화되고 엘리트 체육의 상징적인 장소인 선수촌은 생활체육 참여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엘리트 체육 구조의 개선 방향이 스포츠산업의 전반적인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도종환 장관은 "운동부를 축소하고나 지원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훈련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종환 장관은 "'그럼 금메달 포기하는 거냐?', '체육을 통한 국위선양은 접는 거냐?', '엘리트선수 양성 안 할 거냐?', '스포츠산업 위축되지 않을 거냐?', '선수를 포기하는 거냐?' 이런 문제 제기가 나올 것을 예상한다" 며 "이 문제를 포함한 내용들을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방향을 잡아 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