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28일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있다. 회관 건물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반웅규 기자)
현대중공업 물적(법인)분할을 다룰 임시주주총회가 오는 31일 예정된 가운데 노사간 무력충돌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노조가 주총이 열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총회장을 기습 점거하자 회사는 법적책임을 묻겠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는 물적분할이 현대중공업 본사를 옮기는 것과 다름없다며 새 중간지주회사의 본사를 울산에 둘 것과 요구하고 있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갈등과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 긴급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새 중간지주회사가 그룹 본사기능 수행31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있을 현대중공업 주총에서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건을 다룰 예정이다.
이 안건이 승인되면 그룹 본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에서 '(가칭)한국조선해양'이라는 새 중간지주회사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새로운 분할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들어가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에 주소지를 두고 신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인수합병되는 대우조선해양 등을 총괄하게 된다.
세계조선산업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의 효율을 가져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여기에 지역사회와 시민의 지지와 성원을 요청하면서 노조와도 단체협약을 기존대로 승계하고 고용 유지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본사나 위치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결합과 물적분할 논의가 본격화 됐다는 게 주목할 부분이다.
물적분할이 그동안 1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데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직접 인수하면 그 규모가 커질 수 밖에 없는데 그로 인한 부담감이 감안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몽준-정기선 부자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 부분이나 산업은행의 개입으로 현대중공업지주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28일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있다.(사진=반웅규 기자)
▲ 선박제조공장 현대중공업, 수익악화 구조현대중공업 노조는 물적분할을 반대하고 있다. 지역사회는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가 다른 듯 하지만 하나로 귀결된다.
지금의 현대중공업은 그룹 본사 기능을 상실한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껍데기'만 남게 된다는 거다.
즉, 선박제조공장 기지로 전락한다는 것.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한국노총 울산본부 등이 참여하는 '현중법인분할중단 하청노동자체불임금해결촉구 울산대책위'는 주총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적분할을 다시 원점에서 검토하자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물적분할 이후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비상장 자회사가 될 현대중공업 간의 부채 등 불균형적 재산 분할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가 노조에 제시한 분할계획서를 보면, 분할 전 현금 1조6300억원 중 한국조선해양에 8800억원, 현대중공업에 7600억원으로 분할된다.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은 현금을 47%만 받는다.
하지만 단기부채는 1조 5400억원 중 현대중공업이 1조 5300억원인 99.4%를, 장기부채는 7700억원 중 7150억원인 93%를 떠안게 된다.
건실한 한국조선해양에 비해 앞서 구조조정을 거친 뒤 비상장사가 될 현대중공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물적분할이후 현대중공업이 선박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기자재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현금자산이 중요하다.
현금이 부족할 경우, 부채가 증가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영업이익 악화로 인한 성과금 감소는 노동자 처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어 노동자와 협력업체의 소득 감소는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지역경제 침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거다.
금속노조 박근태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지난 5년 동안 구조조정을 거쳐 온 현대중공업이 겨우 숨통을 트이려는 시점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6년 동안 울산에 본사를 둔 향토기업이자 세계적인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을 지키는데 지역사회가 함께 하고 있다. 주총이 예정된 31일까지 전면파업을 하는 등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했다.
현중법인분할중단 울산대책위는 지난 27일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시민 2만3564명의 서명지를 전달하기에 앞서 중재역할을 강조했다.(사진 = 반웅규 기자)
▲ 주총 앞으로 3일…긴급 노사정 대화 가능할까31일 예정된 주총까지 3일 밖에 남지 않았다. 그만큼 여유가 없다.
노조가 이미 주총 중단을 예고했지만 회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강행하다는 입장이다.
주총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회사는 울산지법에 주주총회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지난 27일 일부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주총 당일 회의가 열리는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봉쇄하거나 주총장 안에서 고성, 단상 점거 등으로 주주의결권을 방해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재판부는 노조가 이를 위반할 경우 1회당 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마음이 급해진 노조는 27일 오후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을 기습 점거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출입문을 봉쇄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경찰에 한마음회관 시설물 보호와 함께 점거한 조합원들이 퇴거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또 박근태 지부장 등 집행부 40여명에 대해 업무방해와 상해죄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처럼 노사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극단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는 노사정 긴급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중법인분할중단 울산대책위는 27일 송철호 울산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물적분할 논의를 위한 노사정 대화를 요구했다.
대책위가 법인분할 중단과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체불 해결을 요구하는데 동참한 시민 2만3564명의 서명지를 전달하는 자리였다.
한국노총 이준희 울산본부의장은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이 신청되고 주총장 주변으로 경찰 3~4개 중대가 배치된다고 한다. 이는 회사가 노동자들, 지방정부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회사가 다 막아놓고 (물적분할을) 처리하겠다는 건데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송 시장께서 중재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노총 윤한섭 울산본부장도 "법인분할과 본사이전은 똑같은 문제다. 계속 파국으로 끌고 갈 것인지 지역 시민사회 전체와 대화를 할 것인지 주총 연기 등 회사가 답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총을 통해 법인분할 건을 결정하겠다는 회사 입장에서는 절차상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노조와 지역사회의 요구들이 회사의 고유 경영권이나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46년 동안 울산을 지켜 온 현대중공업이 적잖은 부담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사진=울산CBS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