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사진=연합뉴스)
"황교안 번역기를 잘 돌려야 할 때다."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인문학을 전파해 오다가 수원에 인문학 도서관 '책고집'을 연 작가 최준영은 25일 CBS노컷뉴스에 "박근혜처럼 황교안 역시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 말의 악의적인 진위를 제대로 해석할 필요가 생겼다"고 꼬집었다.
앞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20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와 꿈' 특강을 통해 "제가 아는 청년은 학점이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로 다른 스펙이 없는데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례로 든 청년이 자신의 아들이라고 강연 말미에 밝혔고, 이후 취업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번지자 황 대표는 이튿날인 21일 자신의 SNS에 "1학년 때 점수가 좋지 않았던 아들은 그후 학점 3.29, 토익은 925점으로 취업하게 됐다"며 "아들 일화로 (청년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려고 얘길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거짓말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황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낮은 점수를 높게 이야기했다면 거짓말인데,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나"라고 반박했다.
이에 작가 최준영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서 "박근혜 번역기에 이어 황교안 번역기가 필요해진 듯하네요"라며 아래와 같이 글을 이었다.
"'학점도 낮고 아무런 스펙도 없는데 대기업을 다섯 군데나 합격했어요. 그게 제 아들입니다 하하하.' 번역기를 돌려보면, '아무런 백도 없고 군대도 안 갔다 왔는데 사시 붙었고, 검사장 장관 총리 당대표가 됐어요. 그게 저예요. 하하하.'"
그는 이튿날인 25일에도 SNS 글을 통해 "'점수를 높인 것도 아닌데 그게 거짓말이냐'고 물었단다. 몰라도 한참 모른다. 높였든 낮췄든 사실과 다르면 거짓말"이라며 "황교안 발언의 핵심은 그게 거짓말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굳이 청년들 앞에서 대기업 들어간 아들 자랑을 했어야 했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준영은 이날 CBS노컷뉴스에 "어려움에 처해 있는 청년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까지 섞어 가면서 자식 자랑을 늘어놓은 발상 자체가 평범하지 않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청년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줘야 할 자리에서 자기 자식을 예로 든 것은 난센스다. '스펙이 별로 안 좋아도 희망을 가지라는 취지였다'고 자기 딴에는 믿고 있을 것이다. 감수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보통 '사람은 좋은데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잖나. 이번 경우는 공감능력 부족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는 "황교안의 자식 자랑은 결국 자기 자랑이다. '내가 능력 있으니 자식 학점이 안 좋고 스펙 안 좋아도 취직이 되더라'는 이야기다.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청년 세대 앞에서 이처럼 자랑했다는 것은 공감 능력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발상 자체가 악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거짓말 논란 역시 황교안은 '점수를 낮게 표현했으니 겸손의 의미'라고 스스로 여기고 있을 것"이라며 "속된 말로 '억울하면 나처럼 잘난 아빠 둬라. 그러면 학점, 스펙 안 좋아도 취직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셈"이라고 분석했다.
최준영은 "표면적인 말에 담긴 의미가 뭐냐를 따져보면, 결국 아들을 내세워 청년들 앞에서 자기 자랑을 한 격"이라며 "그러한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전하기 위해 번역기를 언급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