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구하라 죽음, 경기 관전하듯 방관한 사회 책임 크다"

사회 일반

    "구하라 죽음, 경기 관전하듯 방관한 사회 책임 크다"

    25일 가수 고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영정사진이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또 한 명의 한류스타가 우리 곁을 떠났다.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28)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5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자택에서 구하라의 자필 추정 메모가 발견됐고, 타살 혐의가 없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구하라는 생전 헤어진 연인 최종범과의 법적다툼과 악플로 인해 괴로움을 호소해왔다.

    최종범은 지난해 8월 구하라의 신체 일부를 불법 촬영하고, 같은 해 9월 성관계 동영상을 언론에 제보 및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사이버 성폭력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악플러들은 오히려 피해자인 구하라에게 악플을 쏟아내고 '구하라 불법촬영 동영상'을 수소문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신아 활동가는 25일 CBS노컷뉴스에 "불법촬영 피해자는 동영상이 원치 않게 유포돼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한다. 구하라도 이 부분에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범은 지난 8월 구하라를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동영상으로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으로 실형을 면했다. 당시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재물손괴, 상해, 협박, 강요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구하라 측은 "최종범이 행한 것과 같은 범죄행위가 근절되려면 보다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항소한 상태다.

    김신아 활동가는 "재판부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촬영에 동의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찍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무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 말 자체가 모순적이고, 이어진 언론보도를 살펴봤을 때 불법촬영이 아니라는 판결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하라가 사망한 후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 양형기준을 재정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자는 순식간에 22만 명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구하라가 최종범과의 법적공방과 악플러의 공격으로 힘든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외면한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한다.

    구하라는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지난 5월 SNS에 '안녕'이라고 쓰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매니저에게 발견됐던 그는 사망 하루 전인 지난 23일에는 '잘 자'라는 글을 남겼다. 40여 일 전 '절친' 설리의 죽음 이후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는 전언이다.

    한창수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직접적인 가해자는 최종범과 악플러지만, 심리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구하라의 상황을 경기 관전하듯 하고, 스스로 이겨내게끔 방관한 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국내 자살예방법은 자살위험에 처한 국민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구조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창수 교수는 "자해·타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정신과 진료와 심리 치료를 받을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하지만 우울증이나 트라우마가 심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돌봐줄 시스템은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가까운 이의 자살을 겪은 사람에 대한 심리·정신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구하라의 경우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극단적인 시도를 한 적이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개입이 부족했다. 주변에서 자살 위험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소속사 관계자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는 유족이 자살자의 가족만을 의미했고, 본인이 동의해야 서비스가 제공됐다. 그러나 구하라의 경우 절친 설리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며 "그렇다면 유족의 개념을 지인, 동료, 친구로 확장해야 하고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상담과 개입이 필요하다. 현재 심리부검센터와 지자체 등에서 유족을 지원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다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NEWS:right}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