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횡령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1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정의연은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규탄했다.
정의연은 이날 오후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이 끝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정의연은 20일 오후부터 21일 이른 아침까지 12시간 넘게 진행된 검찰의 전격적 압수수색에 성실히 협조했다"면서 "공정한 수사와 신속한 의혹 해소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럼에도 변호인들과 활동가들이 미처 대응할 수 없는 오전 시간에 길원옥(91) 할머니께서 계시는 쉼터에 영장을 집행하러 온 검찰의 행위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인권침해 행위"라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이 같은 반인권적 과잉 수사를 규탄하며 이후 수사과정에서 오늘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압수수색이 집행된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은 현재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고 있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도 생전 이곳에 거주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연에 따르면, 현재 길 할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날 정의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때, 쉼터에 있는 자료에 대해서는 임의제출하기로 검찰과 협의를 한 상황이었다. 정의연은 평소 사무실 공간이 좁아 쉼터 지하 창고에 회계 자료 일부를 보관해 왔다.
정의연은 이 같은 상황을 검찰에 다 설명했음에도, 1차 압수수색이 끝난 지 6시간 만에 검찰이 합의를 깨고 압수수색을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할머니 건강이 좋지 않다고 (검찰에) 얘기했다. (자료를) 임의제출 하기로 다 협의가 끝난 상황이었다"면서 "근데 6시간 만에 다시 이렇게 왔다. 이게 사람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최지석 부장검사)는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5시 30분까지 약 12시간 동안 정의연 사무실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1차로 압수수색했다. 이어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4시까지 위안부 피해자 쉼터까지 2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초 평화의 우리집은 영장 집행 대상이 아니었으나, 일부 관련 자료가 보관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면서 "점심시간쯤 수사관이 현장에 도착해 변호인과 절차·방법을 논의 후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연은 회계 의혹이 불거지자 "외부 회계 감사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무산됐다. 정의연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외부감사 절차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