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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수색 장기화 불가피…해묵은 NLL 갈등 재연되나

통일/북한

    시신 수색 장기화 불가피…해묵은 NLL 갈등 재연되나

    남북 공조없는 시신 수색은 장기화 불가피
    북한, 우리 함정의 수색 작전에 NLL 침범 경고
    북한, '서해 경비계선' 주장하며 NLL 불인정
    전문가들 "NLL 인정하는 꼴 될까봐 경고 메시지 보낸 것"
    독자 수색 계속될 경우 해묵은 갈등 재연 우려

    지난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해양경찰로 보이는 관계자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공무원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남북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29일로 피격 사건 발생 1주일을 맞았지만 망망대해에서 시신과 유류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남북 공동수색이나 공동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북한은 이에 대한 응답은 없이 '영해 침범'을 하지 말라며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사건 발생 지점 근처 해역, NLL과 북한 주장 '경비계선' 겹쳐

    NLL은 지난 1953년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설정한, 지상 군사분계선(MDL)의 연장선상에 있는 바다 위의 선이다. 북한은 이를 현재까지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1999년에는 서해 5도가 자신들의 영역 내에 있다는 '서해 해상경계선'을 주장했다.

    북한은 8년이 지난 2007년 12월 7차 장성급회담에서 '서해 경비계선'으로 약간 바뀐 주장을 했다. 이 선은 그래픽에서 볼 수 있듯 NLL보다는 약간 남쪽이되, 서해 5개 도서의 북쪽 바다가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일축하고 NLL이 실질적인 해상 군사분계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방부 문홍식 부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NLL은 실질적인 해상 분계선이며, NLL이 준수되고 존중돼야 한다는 정부의 변함없는 원칙이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지난 27일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주장한, 우리 군이 침범했다는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일단 가장 최근에 주장했던 '서해 경비계선'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피격 사건 발생 추정 위치가 연평도 서쪽이자 등산곶 남쪽의 바다라는 점이다. 자연히 이 근처를 중심으로 수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북한의 '서해 경비계선'은 이 일대 바다를 북한 쪽 수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사건이 발생한 위치가 NLL의 북쪽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군이 NLL을 넘어가지 않으면서 근처 바다를 수색하고 있어도, 이 일대가 북한이 주장하는 '경비계선' 북쪽에는 해당되기 때문에 이런 트집을 잡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 "북, NLL 인정 안 한다는 근거 남겨놓기 의도"…상당 기간 신경전 예상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기 때문에, 수색은 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동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해군과 해경은 연평도 서쪽부터 소청도 남쪽까지의 구역을 8개로 나눠 해군이 NLL과 가까운 4개 구역, 해경이 그 아래쪽 나머지 4곳을 맡았다.

    28일 수색에는 해군과 해경 함정 36척, 어업지도선 9척 등 선박 45척과 항공기 6대가 투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며 사건의 특성상 수색은 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서주석 사무처장(국가안보실 1차장)은 27일 브리핑을 열고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 조사를 요청한다"며 "이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신과 유류품의 수습은 인도주의적인 차원과 사실 규명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서 처장은 "남과 북은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대략의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28일 오후까지 북한은 여기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으며, 그들도 수색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짧게 언급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아무런 경고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자신들이 이번에 NLL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어서 그렇게 나온 것 같다"며 "수색 작전을 묵인한다고 해도 이를 우리 측 NLL 주장의 근거로 삼지 않게 하기 위해 메시지를 남겨 놓은 셈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무력시위 등 충돌이 생기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공개사과의 의미가 소멸된다"며 "북한은 상황을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막고자 하는 입장이며, 대남통지문에도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 등의 표현이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공동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각자 조사한 결과를 맞춰보는 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조 위원은 "성사된다면 군사실무회담이나 장성급 회담 등을 통해 남북이 공통의 입장을 도출할 수도 있고, 또 우리 측은 이를 가급적 9.19 군사합의에 언급된 군사공동위로 발전시키고 싶어한다"며 "오히려 NLL 등의 오래된 문제들이 여기서 논의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전제 조건인 군 통신선 복구부터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동조사나 공동수색 없이 남북한이 각각 수색 작전을 지속할 경우 NLL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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