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도착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며 '이재용 시대'가 본격 개막했지만 이 부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적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최종 결론을 남겨 둔 '국정농단 사건'은 물론 이제 막 오른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이 이 부 회장이 삼성을 이끌면서 동시에 피고인 신분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집유'→뇌물 50억 추가 인정…재개된 파기환송심, 재수감 가능성도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검의 수사로 2017년 2월 구속됐고 같은 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2월 항소심에서 1심에서 인정된 약 89억원의 뇌물공여액 중 36억원만이 유죄로 인정되며 1심보다 형량이 대폭 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약 1년 반 뒤인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최씨 측에게 건넨 말 구입액 등 50억원을 유죄 취지로 판단하며 이 부 회장은 다시 재수감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특검의 재판부(서울고법 형사 1부, 정준영 부장판사) 기피신청으로 한동안 멈춰섰던 파기환송심도 공판준비기일이 오는 25일로 지정되며 재개됐다.
파기환송심은 유·무죄가 아닌 양형만을 다투는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네 번째 법적 결론도 머지않아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뇌물공여액을 원심보다 50억원 가량을 추가로 유죄로 본 만큼 이 부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부 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오는 26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이 부회장에게 재판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보내며 빠른 심리를 예고했다. 다만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데다 부친 이건희 회장의 장례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이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통상 향후 재판 절차 등을 정하는 기일인 만큼 재판부도 이 부회장 대신 출석할 변호인 측과 검찰의 입장을 듣고 쟁점 사항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막 오른 '경영권 불법승계' 재판…심리 장기화 불가피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특검 수사를 포함해 약 4년 동안 진행된 국정농단 사건은 마무리 국면인 반면, '본안' 격인 불법승계 의혹 재판은 이제 막이 올랐다.
검찰은 지난 2018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처음 압수수색한지 약 1년 9개월 동안 수사를 이어온 끝에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지난 9월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이 이 부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 측의 재판 준비 등을 고려해 내년 1월 14일에 두 번째 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이 총 368권, 쪽수로는 약 19만쪽에 이르는 분량인데다 이 부 회장 측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한 상태다.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국정농단 사건'과 맞 먹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부회장은 경영은 물론 피고인으로서 장기간 법정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