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체계개발 사업에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됐던 A업체의 총기. 자료사진 우리 군 특수부대가 쓸 5.56mm 기관단총을 개발하는 사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의 임원이 5년 동안 기관단총, 기관총, 저격총과 관련된 군사기밀들을 해당 업체에 유출한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14일 군 당국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1형(체계개발) 사업을 지난달 18일 잠정 중단했다. 사실상 해당 사업을 다시 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됐던 A방산업체 전직 임원 송모씨와 대표 김모씨 등이 재판에 넘겨짐에 따라, 업체가 군 당국과 계약한 개발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특수부대가 현재 사용하는 K-1A 기관단총은 1980년대 개발돼 낡았고, 현대의 작전요구성능에 잘 맞지 않기 때문에 군 당국은 교체를 위해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형은 체계개발, 2형은 구매 사업이다.
지난해 6월 A사는 1형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됐는데, 바로 다음 달에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회사에서 군사기밀들을 찾아냈다.
관련해서 지난 13일 재판에서 군 검찰이 송씨에 대해 제기한 공소에 따르면, 그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합동참모회의 등에서 다뤄지거나 결정된 5.56mm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5.56mm 차기 경기관총(K-15), 신형 7.62mm 기관총(K-12), 12.7mm 저격소총 사업 등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자신의 숙소 등지에서 A업체 관계자들에게 건네며 내용을 설명해 줬다.
육군 중령이었던 그는 향후 방위사업청이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총기 개발 사업을 A업체가 따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 대가로 대표 김씨 등에게 금품 6백여만원 정도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송씨는 대가성을 부인하고 5백만원은 퇴직금이라면서도 기밀 유출 혐의 자체는 인정했다.
방위사업청은 송씨가 기소된 뒤 관련 자료 등을 검토했고, A업체 관계자들이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부정당업자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심의 결과에 따라선 계약 취소도 가능하다.
당초 방사청은 이 사건이 지난 4월 초 언론에 보도되자 재판을 통해 해당 업체가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확정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첫 재판 시작 전부터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유출된 군사기밀이 해당 사업 경쟁에 끼친 영향이 예상보다 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계약이 취소되면 우선협상 대상 업체 등을 다시 선정하기 때문에 국내 총기 업계에서 A사와 경쟁하고 있는 B사의 총기가 채택될 수도 있다.
다만 일선 특수부대원들은 국산 총기가 유지보수 등이 쉽다고 해도, 전시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2형(구매) 사업에서라도 검증된 외국산 총기 도입을 원하고 있다.
방사청은 취재진 질의에 "향후 부정당업자 제재 심의 결과와 법원 판결 등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고, 공정한 방위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