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사립대학 학생들이 남녀 구분을 위해 커튼을 친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남녀의 교육 공간 분리를 명령했던 탈레반이 한 발 더 나아가 한 교실에서 남녀가 함께 교육받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12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압둘 바키 하카니 탈레반 고등교육부 장관은 "여성들에게 교육을 허용하지만, 남성 옆에서 할 수 있다"고 지시했다.
하카니 장관은 변화에 대한 사과없이 "남녀 공학제도를 끝내는 데 문제가 없다"면서 "시민들은 무슬림이고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공간 부족을 이유로 여성들에게 교육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는 "여성 교수진이 충분하고 대안이 없는 곳에서도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것은 대학의 능력에 달려있다"면서 "남성 교수진이 커튼 뒤에서 가르치거나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책임을 대학으로 떠넘겼다.
앞서 탈레반은 교실 가운데 커튼을 치거나 벽을 설치해 공간을 나누면 여성과 남성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성들은 히잡을 쓰도록 강요받고 있지만, 하카니 장관은 여성들이 의무적으로 얼굴까지 가려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대학의 교육 과목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탈레반은 합리적이고 이슬람과 국가, 역사적 가치에 부합하는 이슬람 교육과정을 만들길 원한다"면서 "동시에 다른 국가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표는 11일 카불에 있는 샤히드 라바니 교육대에서 탈레반의 젠더정책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시위 직후 나왔다. 눈만 내놓는 검은색 '니캅'을 쓰고 탈레반의 깃발을 든 수백 명의 여성들은 새로운 체제를 찬양하는 연설을 들었다. 또 여성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에 연루된 사람들을 공격했다.
앞서 탈레반이 물러난 2001년 이후 아프간의 학생수와 문자해독률은 크게 개선됐다. 특히 여성들이 큰 진전을 보였다. 유네스코(UNESC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여학생 수는 지난 17년 사이 0명에서 250만 명으로 증가했다. 여성의 문자해독률도 10년 만에 거의 2배인 30%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탈레반은 카불 점령 후 세운 새 정부에서 기존의 여성부를 선악(善惡)부로 바꿨다.
이 공포스러운 부처는 20년 전 탈레반 통치 때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강요하기 위해 종교 경찰을 거리에 배치한 장본인이다. 또 의복 규정이나 외출시 남성과 동반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한 여성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