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길을 따라 귀향길에 오른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귀향하는 것은 2008년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온 노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특히, 23일에는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도 엄수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지만, 6·1 지방선거가 목전에 있다 보니 그의 귀향과 정치적 동지로써 5년 만에 만나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경남 정치권의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
盧의 귀향 따라 걷는 文, "이야 기분 좋다" 느껴질까?
노 전 대통령 내외는 지난 2008년 2월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밀양역까지 이동한 뒤, 차를 타고 노란 물결이 출렁이는 봉하마을로 향했다.
가는 길목마다 환영 인파가 몰려 "노무현"을 외쳤고, 봉하마을에서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주축이 돼 대규모 환영 행사도 열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고향서 외친 "이야~기분 좋다"는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이맘때가 되면 매번 떠올리게 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2008년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한 노 전 대통령 내외.문 대통령 내외도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로 향한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울산 통도사역으로 이동한 뒤, 차를 타고 평산마을로 이동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귀향 때와 달리 대규모 환영 행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역시 "조용하게 사저에 들어가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산마을 분위기도 차분하다.
다만, 문 대통령을 보려는 지지자 등 인파가 많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10일 당일에는 평산마을을 오가는 차량이 통제된다.
정치적 동지 盧-文, 5년 만에 다시 만난다
문 대통령이 평산마을로 내려온 뒤 노 전 대통령을 언제 찾을지도 관심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참석 이후 5년 동안 한 번도 봉하마을을 찾지 않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린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 참석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201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이한형 기자코로나19 이후 축소됐던 추도식이 대면 행사로 치러지면서 민주당 출신 정치인은 물론 시민들도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전인 10주기에는 2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봉하마을에 몰렸다.
그러나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바람처럼 퇴임 이후 조용히 노 전 대통령 묘역을 다녀올 가능성도 있다. 양산 평산마을과 김해 봉하마을은 차로 약 50분 거리다.
文 40%대 철옹성 지지율, 민주 '화력 기대'·국힘 '찻잔 속 태풍'
노 전 대통령이 내려온 김해는 보수세가 강한 경남에서 민주당의 노른자라 불릴 정도로 텃밭이 됐다.
김해는 2010년 6월 5회 지방선거부터 2018년 7회까지 보궐선거를 포함해 4회 연속 민주당이 시장을 차지했다. 그리고 도의원 7석도 모두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2020년 총선에서도 김해 갑·을 국회의원 자리를 모두 굳건히 석권했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4년 전 파란 돌풍을 일으켰던 경남의 민주당 세는 약화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60%(58.24%)에 가까운 득표율을 차지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37.38%에 그쳤다.
4년 전 사상 처음으로 경남지사를 비롯해 18개 시군 중 창원·김해·양산·거제·통영·고성·남해 등 7곳의 시장·군수 자리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전세가 많이 기울여진 양상이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부각되는 '5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철옹성 지지율이 유지되는 만큼 그의 귀향 효과가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놓인 양산을 시작으로 김해·창원·거제·통영·고성·남해로 이어지는 낙동강·관광·조선 벨트에 상당한 화력으로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다.
대통령 선거 투표. 황진환 기자
노 전 대통령의 귀향에 따른 세 결집 효과가 이번 문 대통령 때도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다. 특히, 지방선거 9일을 남기고 엄수될 13주기 추도식은 민주당으로서는 세 결집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선 승리를 등에 업은 국민의힘은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10일을 정점으로 정권교체의 바람을 그대로 이어가 경남지사를 포함해 민주당 현 단체장이 있는 시군 모두를 가져오겠다는 각오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전세를 역전시킬 '불씨'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선거전이 절정에 이를 5월이 여야 누구에게 의미 있는 달로 기억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