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공사비 갈등으로 한 달 넘게 공사가 중단되고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국토부와 서울시가 일반에게 분양될 이 아파트의 분양가 규제를 완화해 재산정하는 방식으로 시공사의 수익을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강동구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이 이날부터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의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합동점검에 나선 가운데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와 파장을 줄이기 위한 해법도 모색하고 있다.
공사비를 둘러싼 민간의 갈등이어서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대규모 단지여서 조합원의 피해는 물론 서울의 전반적인 주택공급 차질로 이어져 매매시장과 임대차 시장 가격 상승 등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종민 기자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공사비가 오르며 조합의 동의 아래 설계변경과 공사비 증액이 이뤄졌으나 이후 조합 집행부가 바뀌면서 증액된 공사비를 낼 수 없다는 반발과 시공사의 공사중단으로 이어졌다.
조합과 시공단이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당초 2조3천억원대였던 공사비를 3조3천억원대로 늘린 것인데 이후 이에 반발한 조합원들이 조합장 등 임원을 해임하고 증액된 공사비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국토부와의 논의에서 일반에게 분양될 이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해 평당 2950만원대로 묶인 분양가를 3천만원 이상으로 재산정할 수 있도록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앞선 정부가 과도하게 분양가격을 억제하려고 하면서 빚어진 일로 공사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되레 손해를 본다는 것이 시공사들의 입장"이라며 "일반분양 상한가 규제를 완화해 재산정하는 것이 공사중단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를 줄이고 시공사들에게도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일각에서는 아파트 층수를 더 높여 지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주택 종별에 따른 용적률 재산정 등 문제가 더 복잡해 쉽지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 택지 안에서 감정 가격 이하로 땅을 받아 건설하는 공동 주택의 가격을 국토 교통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분양 가격 이하로 공급해야 하는 제도로 시장, 군수, 구청장이 분양가심의원회를 구성해 분양가격을 정해 고시한다.
둔촌 주공의 경우 이미 일반 분양가격이 정해졌지만 공사중단 분양가심의원회를 다시 열어 일반 분양가를 재산정해 가격을 높여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둔촌 주공의 경우 평당 3천만원이 되지 않게하라는 국토부 지침에 따라 후분양 2900만원대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을 감안해 선분양 3200만원 선이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정 주택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문제인 민간영역의 다툼에 정부가 개입해 해결하는 것이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는 남는다.
이에 대해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이날 CBS와의 통화에서 "인수위 때부터 분양가상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고 국토부에 이를 건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둔촌주공 일반 분양가 상향도 이와 연관돼 나온 얘기로 보이나 서울시가 둔촌주공을 딱 집어서 건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창원 기자
이런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후 해결할 1호 과제로 '분양가 상한제'를 지목해 눈길을 끈다.
원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누가 봐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가격 요인이 있는데도 인위적으로 누르는 것 때문에 부작용이 있다"며 "분양가상한제는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서 손봐야 할 첫 번째 제도"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또 둔촌주공 재건축 문제에 대해 "저희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잘 다뤄야한다는 생각"이라며 " 6월초까지 합동점검해 조합측 문제인지 시공자 문제인지 명확히 가리겠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않으면서 막힌 것을 풀수 있도록 나름대로 의사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