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 브로커 상현 역 배우 송강호. CJ ENM 제공※ 스포일러 주의 "'브로커'는 글자 그대로 브로커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가족 영화다. 아주 맑고 깨끗한 물이 담긴 깊은 우물과도 같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_배우 송강호
시대의 얼굴을 대변해온 배우이자 거장들이 사랑하는 배우인 송강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브로커'를 통해 영화 안에서 손을 맞잡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디스턴스'(2001)로 처음 칸을 방문한 후 '어느 가족'(2018)으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브로커'로 칸영화제 통산 8회, 경쟁 부문으로는 총 6회 영화제에 초청되는 쾌거를 기록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탄탄한 연출력과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는 감독이다.
김지운, 박찬욱, 이창동 감독 등 거장들이 사랑하는 배우이자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인 송강호가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떤 감독이었을까. 지난 8일 화상으로 만난 송강호에게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론'이라 할 정도로 감독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화 '브로커'로 제75회 칸영화제에 방문한 배우 송강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CJ ENM 제공 깊이 있는 감독의 침착한 시선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첫 만남인데, 함께 작업한 경험은 어땠나? 처음엔 약간 선입견이 있었다. 정교하고 완벽한 시나리오를 들고 시작할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머릿속엔 다 있지만, 촬영장을 열려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배우들에게 해방감을 줬다. 배우와 감독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영화를 만들어 가길 원하셨다. 감독님이 촬영 전 배우들한테도 소통하길 원한다고 말씀하셨다. 어떤 느낌이든 이야기 해주길 원하고, 서로서로 소통하며 만들어가자는 말을 여러 번 하셨다. 약간 신선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 고레에다 감독과 작업하는 과정에서 감탄스럽다고 느낀 지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작품을 하며 제일 처음 든 느낌은 언제든, 어느 장면 어느 곳에서든, 무슨 이야기든 정말 침착한 시선으로 응시한다는 거다. 침착함이 주는 깊이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 배우로서 신뢰를 느낄 수 있다. 생경함이 주는 에너지와 기대도 있고, 연출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때 역시 고레에다 감독님이라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영화 '브로커'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서는 '아이'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영화에도 아기 우성이와 아이 해진이가 등장하는데, 두 배우와 촬영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연기로 놀라움을 느낀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해진을 연기한 임승수 군이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를 그런 감정으로 할 줄 몰랐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철부지 개구쟁이 같던 친구가 작품 분석이랄까, 어떻게 감정 컨트롤을 해서 어떤 감정으로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던 건지,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정말 순수하고 즐거운 친구다. 그 친구 덕분에 모두 즐겁게 작업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역 배우들에 대해서 정말 탁월한 연기 연출을 보인다. 현장에서 직접 보게 된 감독만의 비결이 있었다면 무엇일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감독님의 탁월한 능력인 것 같다. 감독님 작품에 나오는 어린아이의 모습은 정말 놀랍지 않나?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기에 자연스럽고 순수한 연기가 나오는지 나도 궁금했다. 해진을 연기한 승수를 통해서 봤는데,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혜안이 없이는 안 되는 거였다.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관점에 깊이가 없이는 그 사람에 대한 혜안이 생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는데도 참 놀라웠다.영화 '브로커' 브로커 상현 역 배우 송강호. CJ ENM 제공 봉준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닮은 점과 다른 점
▷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인 봉준호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에 모두 출연했다. 두 감독은 어떤 감독들인가? 공통점이 참 많다. 두 분 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배우들에게 정말 자유로운 해방감을 준다. 그래서 배우가 더 창의적이고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런 모습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대가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지점들을 많이 체감했다. ▷ 봉준호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차이점은 무엇일지도 궁금하다. 차이점은 봉준호 감독은 간장게장을 별로 안 좋아한다. 고레에다 감독님이 워낙 간장게장을 좋아하셔서…. 웃자고 한 말이다.(웃음) 아무래도 연출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는 거 같다. 고레에다 감독님이 조금 더 배우들과의 공감을 통해 디테일을 만들어주신다면, 봉 감독님은 모든 디테일이 준비가 미리 완벽하게 되어 있음에도 다시 배우와 검증하며 디테일을 실현한다. 그런데 결과는 다 똑같다. 방법이 다를 뿐이지 놀라운 디테일을 선사하는 건 마찬가지다.
영화 '브로커' 스틸컷. CJ ENM 제공▷ '브로커'가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하는가? 약간 오해했었던 게 감독님은 차가운 세계를 보여주다가 나중에 따뜻한 감동을 줄 거란 안이한 생각을 했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님의 깊은 철학이 보인다. 우리의 현실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되, 차가운 시선이 주는 뜨거운 감성을 관객들이 느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사랑스러운 아기를 통해서 여행도 떠나고 우여곡절도 겪지만, 결국 각자의 자리에 어떻게 서 있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침착한 시선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알고는 있었지만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뜨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깊은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극장에서의 2시간 남짓한 시간이 그런 좋은 시간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에필로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