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장애인용 화장실이 남녀 구분 없이 '공용'으로 운영되고 있고, 건물 내 남녀용이 나누어진 화장실의 경우, 휠체어가 지나다니기 버거울 정도로 통로가 비좁았다. 김혜민 기자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년 만에 정상화를 선언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지만, 영화제 기간 각종 시설이나 프로그램에서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은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화제가 한창이던 지난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 설치된 장애인용 화장실이 남녀 구분 없이 '공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건물 내 화장실은 남녀용이 나누어져 있었지만, 휠체어가 지나다니기 버거울 정도로 통로가 비좁았다.
영화의 전당 입구에 설치된 노란색 점자블록 일부 위로 카펫이 깔린 모습. 김혜민 기자영화의 전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설치된 노란색 점자블록 일부에는 카펫이 깔려 안내를 위한 블록이 단절된 상태였다. 내부에 설치된 BIFF 안내도와 안내문에는 영문 번역만 병기돼 있을 뿐, 점자나 음성 안내 등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픈 토크, 핸드프린팅 등 각종 대면 행사가 진행되는 야외극장에는 의자 수천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휠체어석 등 장애인을 위한 좌석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영화제 개막식과 폐막식 등 주요 행사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과정에서는 별도의 수화 통역 서비스 등은 지원하지 않았다.
또 영화제 전체 상영작은 지난해 223편에서 올해 242편으로 19편으로 증가한 반면 장애인을 위해 음성해설과 대사, 자막을 삽입하는 '배리어프리' 상영작은 오히려 1편 줄어드는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 김혜민 기자실제 영화제를 찾은 장애인 단체는 각종 불편을 겪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BIFF가 세계적인 영화제를 표방하는 만큼 사회적 약자도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영화제를 방문했다는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3년 만에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시청각 장애인 15명과 함께 영화의 전당을 찾아갔다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배리어프리 영화는 상영관조차 찾기 어려웠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노경수 부산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제인 만큼 외국인은 물론 사회적 약자 등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돼야 한다"며 "화장실을 비롯해 무대 등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야외극장의 경우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장애인석을 만들 수 있다며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영화제 준비 과정에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야외극장은 누구나 와서 앉을 수 있도록 진행 요원을 항시 배치하고 있다. 장애인석도 현장에서 요청하면 유동적으로 좌석을 마련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다"면서도 "수화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점 등 미비한 부분은 추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