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의 다음 달 미국 국빈 방문 등 주요 외교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에선 교체설이 불거지는 등 이상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의전 및 외교비서관이 잇따라 교체된 것에 이어 외교·안보 라인의 수장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거취까지 거론된 것이다. 대통령실에선 비서관 인사가 문책성이 아니며 '김성한 교체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일각에선 외교·안보 라인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다음 달 미국 국빈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문희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이 교체됐다. 이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외교비서관으로 일해왔으며 지난 16~17일 윤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에도 동행, 한일 확대정상회담에도 배석했다. 후임으로는 이충면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앞서 윤 대통령의 방일 직전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이 돌연 사퇴하기도 했다. 김 전 비서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당선인 보좌역으로 합류했고 1기 대통령실에서 첫 의전비서관을 맡아 일해왔다. 중요 외교 일정을 앞두고 의전 담당자와 외교 실무자가 자리에서 물러난 셈이다.
대통령실은 김 전 비서관의 경우 '일신상의 이유'를, 이 비서관은 '1년 간 격무로 인한 자연스러운 교체'을 인사 이유로 들었지만 대통령의 방일 및 방미 일정을 앞두고 핵심 실무 참모들이 잇따라 바뀐 것은 '이례적'이라는 이야기가나온다.
이문희 대통령실 외교비서. 연합뉴스두 비서관의 연이은 교체 배경에는 다른 중대한 이유가 있는것 아니냐는 설도 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다음 달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요 일정이 누락된 '실책'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측이 방미를 계기로 한류스타 관련 문화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 행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배우자인 질 바이든 여사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추진한 것으로 전해져 이를 놓친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는 것이 대통령실 내부의 기류이다.
더구나 이번 사태에서 외교·안보 라인 내 보고 체계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주변과 여권에선 해외 일정과 관련해 부속실 측과 외교·안보 실무자, 그리고 외교부 간에 빚어진 갈등이 잇따른 경질 원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행사가 우리 측에 내부적으로 보고가 안된 문제가 있었고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며 "다만 외교 행사 조율 과정에서 실무자 정도 교체는 방미 준비에 전체적인 큰 틀에서 문제는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의전비서관이든 외교비서관이든 사실상 실무자"라며 "실무자들 인사는 늘 필요에 따라 하고 따로 발표도 하지 않는다. 의전과 관련해서 지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성한 안보실장 교체설까지…대통령실 "사실과 달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이런 가운데 외교·안보 라인을 책임지는 김성한 안보실장의 교체설까지 불거진 것은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선 외교·안보 라인 내부 '실책'에 대한 '책임론'이 번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외교 공약 밑그림을 그려왔으며, 윤석열 정부 1기 안보실장을 맡아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해왔다. 윤 대통령과는 50년 지기로 대광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김 실장이 교체된다면 외교·안보 라인의 대대적인 인적 개편을 단행하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미국 국빈 방문과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 등 주요 외교 일정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의 수장을 교체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김 실장 교체 검토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미 간에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아무래도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 실장을 비롯한 안보실 참모들과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문희 비서관과 후임자로 내정된 이충면 비서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이후, 5월 초 '취임 1주년'과 맞물려 대통령실 전반의 인적 쇄신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위급까지 포함한 교체가 이뤄지더라도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다.
여권 관계자는 "주요 외교 일정을 앞두고 전반적인 외교, 안보 방향을 잡는 김 실장에 대한 교체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관련해서 일부 잡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안보실장 거취까지 문제삼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도 "이번 일로 내부적으로 정신을 바짝 차리는 분위기이긴 하다"고 전했다.